NASA 데이터로 시골길 불난리 구현
작은 불 찾아내는 '파이어샛' 추진 중
네카오, 커뮤니티 기능 살려 산불대응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의 불길과 대피로를 구글맵이 동네 골목 단위까지 자세하게 표시했다. 지난 21일 산불이 시작되고부터 30일 진화될 때까지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으로 뻗어나간 화마의 움직임과 범위를 정밀하게 보여준 것이다. 불난리에 휩싸인 산과 마을, 국도는 물론 동네 안에서도 화염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이로 인해 어느 길이 막혔는지, 대피는 어디로 해야 하는지 구글맵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영남권 대형 산불 발생 지역을 구현한 구글맵(왼쪽)과 네이버 지도(오른쪽). 구글맵이 화재의 움직임과 범위를 비교적 정밀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런 '재난의 시각화'가 가능한 배경에는 구글의 '산불 레이어'(Wildfire Layer) 기술이 있다. 구글 관계자는 3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수집한 인공위성의 열 감지 데이터를 토대로, 산불 경계나 진화 상황을 추적한다"며 "여기에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져 지도에 화재 발생 지역을 표시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천리안위성 2A호'도 활용해 감지한다. 2018년 12월에 발사한 이 정지궤도 기상위성은 2분 간격으로 한반도 주변을 관측해 산불을 비롯한 태풍·호우·황사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민간기업도 기상산업기술원에 자료요청 시 실시간 위성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구글맵과 달리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지도 서비스는 지명 위에 화재 발생 지역을 표시하고 도로통제 상황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대신 국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산불 현장 소식을 실시간 공유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했다. 네이버 날씨 페이지에 마련된 제보영역 '#산불'에선 "OO리 소식 아무도 모르실까요?" "OO동 지금은 괜찮습니다" 같은 산불 상황이 세세히 전해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선 '지금 뜨는 오픈채팅'으로 '#산불' '#경상북도' 등이 태그돼 있고 '전국 산불 확산, 현재 상황 공유해요' 영역에서 상황을 묻고 답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도 지도서비스에 위성데이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위성데이터가 구글보다 제한적이고, 이를 지도 위에 구현하는 AI 기술력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편 구글은 산불이 커지기 전 조기 대응할 수 있는 위성 프로젝트 '파이어샛'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위성데이터로는 대형 화재만 감지할 수 있었다면 파이어샛을 통한 데이터는 교실 크기인 25㎡ 규모의 작은 화점도 20분 이내에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위성은 지난 17일 발사 이후 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현재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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