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스타컨텐더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한국 탁구의 현재이자 미래' 오준성(18·수성방통고·세계 36위)이 국제대회 첫 단식 정상에 오른 후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중계진이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오준성은 30일 WTT 스타 컨텐더 첸나이(인도) 2025 남자단식 결승에서 '프랑스 복병' 티보 포르레(20·세계 54위)를 풀게임 접전끝에 꺾고 우승했다. 16강에서 오마 아싸르(33·이집트·세계19위)에서 3대1로 돌려세운 후, 8강서 '세계3위' 하리모토 도모카즈(21·일본)을 꺾고 올라온 토미슬라브 푸카르(29·크로아티아·세계42위)를 3대1로 눌렀고, 4강서 '프랑스의 16세 신성' 플라비엥 코통(세계106위)을 3대0으로 요리한 후 결승에 올랐다. 이겨야 사는 절체절명의 결승전, 오준성은 1게임을 팽팽한 접전 끝에 9-11로 내줬지만 2, 3게임을 11-7, 11-3으로 가져왔다. 특유의 단단한 수비와 백핸드로 상대를 압도했고, 랠리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4, 5게임 상대의 강공에 흔들렸다. 9-11, 6-11로 내주며 게임스코어 2대3, 역전을 허용했다. 6게임 전열을 정비한 오준성의 창과 방패가 살아나며 11-4, 다시 흐름을 가져왔다. 마지막 7게임 10-7, 전광석화같은 포어핸드 톱스핀으로 상대를 압도한 매치 포인트 후 오준성은 두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뜨겁게 포효했다. 게임스코어 4대3, 짜릿한 우승을 완성했다. WTT 중계진은"스타컨텐더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18세 오준성이 첸나이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역사적 도시, 역사적 장소에서 오준성이 스스로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2006년생 오준성은 '레전드' 오상은 남자대표팀 감독의 2세로 2023년 종합선수권 남자단식 역대 최연소 우승, 2024년 종별선수권, 대통령기 우승컵을 들어올린 자타공인 '막내온탑'이다.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2023년 평창, 2024년 아스타나아시아선수권에서 국가대표로 나섰고, 아스타나 대회 남자단식 8강에선 '최강' 왕추친을 꺾고 4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국제대회 단식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최강 중국은 불참했지만 일본, 유럽 강자들이 대거 나선 수준 있는 대회에서 18세 오준성이 첫 우승 역사를 썼다. 상금 1만달러, 랭킹포인트 600점을 챙기며 세계랭킹도 20위 안팎으로 수직상승이 예상된다.
오준성은 남자단식 우승 직후 "첫 단식 챔피언 타이틀을 스타 컨텐더라는 큰 대회에서 갖게 돼 기분이 정말 좋다"면서도 "아직 이걸 즐길수 있을 정도로는 믿기지 않아서 실감이 잘 안난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근 몇 대회에서 연속 1회전 탈락을 하면서 경기 출전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함이 조금 있었는데 진천선수촌 훈련을 통해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실력 향상과 멘탈 관리에 엄청 도움을 주셔서 이번 시합을 잘할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라며 아버지인 오상은 감독, 윤재영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훈련에 더 집중해서 더 실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10대 어린 선수가 강인한 멘탈로 힘든 상황을 이겨낸 우승이라 더욱 뜻깊다. 오준성은 2022년 대통령기 남자단식에서 고등학생 최초의 우승 역사를 쓴 직후 미래에셋증권에 입단, 아버지 오상은 감독과 한솥밥을 먹으며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소속팀과 결별했다. 이후 아버지 오 감독은 남자대표팀 전임 사령탑에 선임됐고, 아들 오준성은 소속팀 없이 혼자 훈련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달 진천선수촌 입촌 후 치열한 훈련을 통해 '시련 속에 첫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빚어냈다. 대표팀 역시 오상은, 석은미 남녀 신임 감독 체제에서 출전한 첫 국제대회 남자단·복식(임종훈-안재현), 혼합복식(임종훈-신유빈)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편 오준성은 첫 우승 기세를 몰아 곧바로 안방 대회에 나선다. 대한민국 인천에서 1~6일 열릴 WTT챔피언스, 세계랭킹 상위 32강이 남녀 단식으로 겨루는 특별한 대회에서 2연속 포디움에 도전한다. 오준성과 함께 남자단식 장우진(세아), 안재현(한국거래소), 이상수(삼성생명), 임종훈(한국거래소), 여자단식 신유빈(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주천희(삼성생명), 이은혜(대한항공),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이 챔피언 도전에 나선다.
특히 오준성은 이전 소속팀과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 홀로서기를 시도 중이기도 하다. 현재 그의 이름에 따라붙는 소속이 일선 실업팀이 아닌 학적을 두고 있는 수성방통고로 표기되는 이유다. 아버지 오상은 감독 역시 팀을 떠나 남자국가대표팀 전임 사령탑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고, 아들 오준성은 올해 초부터 소속팀 없이 떠돌며 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우승은 그와 같은 역경을 딛고 일궈낸 성적이어서 더 무거운 의미가 있다. 이어지는 챔피언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도전 등에도 보다 특별한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오준성의 남자단식 우승과 더불어 WTT 스타 컨텐더 첸나이 2025 국제탁구대회도 모든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팀은 오준성의 남자단식 외에 임종훈-안재현 조의 남자복식, 임종훈-신유빈 조의 혼합복식까지 세 종목을 우승했다. 여자복식 신유빈-유한나 조의 준우승과 여자단식 신유빈(대한항공),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의 3위까지 모든 출전 종목에서 성과를 올렸다. 이번 대회는 오상은?석은미 남녀 사령탑 체제 하에서 대표팀이 공식 파견된 첫 번째 국제대회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았다. 대표팀이 첫 공식 대회에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인도 첸나이에서 치러진 이 대회는 국제탁구연맹(ITTF) 국제대회 기구 WTT가 주최한 프로투어 시리즈다. 컨텐더보다 상위 레벨 대회로 최강 중국이 불참했지만 유럽, 일본 등에서 강자들이 두루 출전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우승자 오준성과 여자단식 우승자 하리모토 미와에게는 10,000달러의 상금과 600점의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진다. 컨텐더 시리즈 개인 첫 우승을 넘어 세계랭킹을 수직 상승시킬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도 오준성에게는 더욱 각별한 성과로 남았다.
그리고 오준성은 바로 이어지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WTT가 한국 인천에서 1일부터 6일까지 개최하는 챔피언스가 그 무대다. WTT 챔피언스는 세계랭킹 상위 32강이 남녀 개인단식만 벌이는 이벤트다. 한국선수들은 남자단식 장우진(세아), 안재현(한국거래소), 오준성(수성방통고), 이상수(삼성생명), 임종훈(한국거래소), 여자단식 신유빈(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주천희(삼성생명), 이은혜(대한항공),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남녀 각 5명이 도전한다. 첸나이에서 기분 좋은 자신감을 더한 선수들이 인천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끝>
WTT는
"
1일부터 인천에서 WTT챔피언스 대회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