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 조직적인 대응에 한계
현장 소방인력·장비부족도 문제
소방헬기 대부분 20~30년 넘어
진화 대원 고령화도 해결해야
실화범 낮은 처벌도 피해 키워
크고 작은 산불이 사실상 매년 반복되고 피해도 잇따르는 이유는 특정 한두 가지 탓만은 아니다. 산불 양상이 매번 다른 데다 컨트롤타워는 분산돼 있고, 진화 인력과 장비 역시 부족한 점 등 문제는 총체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산불이 실화(失火)로 발생하지만, 처벌 수위 역시 낮아 예방효과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기관별 대응, 드러난 한계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이번 산불 인명피해는 사망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 등 총 75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영향 산림은 4만8238㏊ 규모로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 때 2만3794㏊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또 서울 여의도 면적(290㏊)의 166배, 서울 면적(6만523㏊)의 80%에 달했다.
산불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45건이 발생했다. 대형 산불도 2017년 강릉·삼척 산불을 시작으로 2018년 고성, 2019년 고성·강릉·인제, 2020년 울주·안동·고성, 2021년 예천·안동, 2022년 울진·삼척·강릉, 2023년 홍성까지 매년 산림을 불태웠다.
대형 산불 이후 당국은 진화헬기를 확보하고 드론 진화대를 운영하는 등 대응체계 고도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이런 투자에도 올해 산불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점, 건조한 날씨, 강풍 등이 겹친 것이 1차적 배경이다.
여기다 기관별로 컨트롤타워가 따로 존재하다 보니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현재 산불 대응 주관기관은 산림청이다. 산림 내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지휘한다. 소방청·경찰청·기상청·국방부 등은 유관기관으로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화재 진화에 가장 강력한 역량을 갖춘 소방청이 정작 지원 역할에 머무른다는 점이 문제다.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취지다. 각 지방자치단체에도 따로 산불과 관련된 부서가 있고 인원을 보유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산불 진화 컨트롤타워가 혼란스럽게 돼 있어 현장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산불 진화인력의 고령화와 장비 노후화도 사상 초유의 산불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산불 진압을 담당하는 산림청 및 지자체 소속 산불진화대의 평균연령은 61세다. 산불 진화에 핵심 장비인 헬기 상황의 경우 산림청이 50여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도입된 지 20~30년이 넘을 정도로 기능이 떨어진다.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은 "2017년 이후 대형 산불이 급증했지만, 산림청은 드론이나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한 진화와 같은 비현실적인 대책만 쏟아냈다"며 "실제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를 위해 산에 들어가는 것은 산불진화대인데, 이들의 고령화가 심각해 산에 호스를 끌고 이동하는 것조차 어렵다. 게다가 현장에서 사용할 장비도 부족해 초동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10명 중 4명 검거·징역은 5%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67%는 담뱃불, 쓰레기 소각 등 '실화' 때문이다. 그러나 검거는 쉽지 않았고,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2021년부터 지난 24일까지 전국 산불 2108건 중 방화·실화 검거건수는 817건(38.6%)에 그쳤다. 처벌 결과도 징역은 43건(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벌금 161건(20%), 기소유예 105건(13%), 내사종결 69건(8%) 등이었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실화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산림이라는 특성상 CCTV가 없어 검거도, 고의성 입증도 쉽지 않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재 법령상 처벌 수위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고, 실화라는 특수성과 고의성 여부를 고려하면 형량이 국민 정서상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형벌을 강화할 경우 실수로 불을 낸 사람이 신고를 꺼리거나 현장에서 대처하지 않고 도망치는 등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다른 대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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