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지난 1월 미국 LA 지역을 덮친 산불의 사진을 실었다. 극한 가뭄과 강풍 속에 3주가 넘게 이어진 LA 산불은 24일 만에 겨우 진압됐고 수만 명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1만8000채가 넘는 주택·건물을 집어삼켜 경제적 피해 규모 면에서 미국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2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LA 산불을 비롯해 2021년 미국 콜로라도 볼더, 2023년 하와이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활발하게 일하는 지역을 덮치는 산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LA에서는 1월 7일 서부 해변과 동부 내륙에서 2건의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했다. 서부 해변의 '팰리세이즈 산불'과 동부 내륙의 '이튼 산불'이다. 이튼 산불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LA 동부 내륙 알타데나 지역을 덮쳤다. 이튼 산불은 발화 초기에는 식물을 주로 태웠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미세입자, 독성가스, 암모니아 등 혼합물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튼 산불은 몇 시간 만에 알타데나 지역으로 번지며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상이 달라졌다. 주택을 태우며 납 기반 페인트, 리튬 배터리, 비닐, 유리 섬유 단열재, 전선, 나일론 옷, 고무 타이어 등을 태우면서 다양한 독성 화합물을 뿜어냈다. 독성물질은 LA 주변에 살고 있는 1800만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다. 알타데나에서 4km 떨어진 LA 산불에 의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공대(UCLA)까지 재가 날아왔고 재에 상당히 높은 농도의 납이 발견됐다.
문제는 지금까지 사람이 사는 지역을 태우는 산불이 진화 뒤에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불이 이동해 주거지를 덮칠 때 산불과 도시 화재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가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다. LA산불 이후 LA 주민들은 집으로 언제 돌아가야 안전한지, 연기에 노출된 옷과 기구를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등 크고 작은 의문을 갖고 있다.
2023년 하와이 라하이나 산불 이후 알리카 마우나케아 미국 하와이대 연구원은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화재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마우나케아 연구원은 연구 중 산불을 겪은 주민들이 산불을 겪지 않은 주민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증을 더 많이 겪으며 폐 기능도 나빠졌다는 점을 밝혀냈다.
UCLA 연구팀은 화재를 겪은 LA 주택 안팎에 공기 중 화학 물질을 측정하는 센서를 배치하고 연구 중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구조물과 지면에서 어떤 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있는지 공기 필터와 같은 예방 조치가 거주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50채의 LA 주택에서 재를 모아 오염물질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전기로 움직이는 커다란 자동차를 이용해 LA 지역에 남아 있는 독성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자동차는 LA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염물질에 관한 지도를 그린다. 건축 자재와 건물의 연식 등에 따라 오염물질의 구성과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산, 숲 등 자연 주변에 더 많은 주택이 지어지고 있는 데다 기후가 따뜻해지고 숲이 무성해지면서 더 크고 맹렬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참고자료>
-doi: 10.1126/science.zqennp1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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