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디어 파도] 지브리 콘텐츠 무단학습 가능성 높아 논란
AI 창작 늘어나며 '창작자' 피해 우려 커져
"AI는 모독" 미야자키 발언 재조명되기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지난달 28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 사진을 지브리 스튜디오풍으로 구현한 이미지.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이 기존 애니메이션 화풍을 그럴 듯하게 구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선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림 스타일을 모방해 만든 이미지들이 대대적으로 올라왔다. 챗GPT-4o에 사진이나 그림을 제시하며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달라'고 하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심슨 가족 등 다른 애니메이션의 화풍도 그럴 듯하게 구현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본인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교체하기도 했다.
저작권 침해에 '생태계 악영향' 우려까지
해당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창작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포브스는 지난 27일 (현지시간) “오픈AI는 AI 이미지 생성에 있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AI는 모든 창작 분야를 황폐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뿐 아니라 창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 침해 문제가 크다. 그림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 자체는 저작권에 침해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무단 학습해 만든 결과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엑스(X) 프로필 이미지.
지난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로펌 프라이어캐시먼 소속 조시 와이겐스버그 변호사는 “스튜디오 지브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으로 훈련을 받았는지, 이렇게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얻거나 승인을 받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며 “동의와 보상 없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림 스타일'이 저작권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대략의 원칙이 있지만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논란이 일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2016년 NHK방송에서 AI 기술에 관해 “삶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 기술을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이미지 생성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릴 정도다. 사람들이 이미지 생성 모델을 좋아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즐겁다”고 밝혔다.
AI 창작물 '무단학습' 논란, 소송까지 제기
AI 창작물로 인한 논쟁은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만화를 그리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는 등 창작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논란이 됐다.
2023년 1월, 세계적인 이미지 판매 업체인 게티이미지가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인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스태빌리티AI가 만든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이 만든 사진에 게티이미지 마크가 찍혀 논란이 됐다. 크레이그 피터스 게티이미지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생성 도구가 다른 사람들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2023년 11월 논픽션 작가들이 챗GPT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가져갔다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다.
▲ 네이버웹툰 서비스 갈무리.
국내에선 2023년 웹툰작가 지망생들의 공모를 받는 네이버 '지상최대 공모전'에서 AI를 통해 제작된 웹툰이 출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AI웹툰 보이콧' 글들이 올라왔다. 네이버는 본선에 해당하는 2차 접수 때부터는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AI로 제작한 웹툰을 기만적으로 느낀 데다 AI 서비스가 학습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미지를 학습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일었다.
지난해 메타가 인스타그램 공개 게시물을 AI 훈련 데이터로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사진작가 등 예술가들이 인스타그램을 대대적으로 탈퇴한 일도 있다.
저질 콘텐츠가 범람하는 문제도 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에선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와 영상이 급증했다. AI 창작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거나 자극적인 측면을 부각해 주목을 받으려는 콘텐츠가 많아 'AI 스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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