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알뜰폰 대해부] ① 이통3사 자회사 포진 속 중소·중견업체 약진
[편집자주] '효도 요금제'로 불리던 알뜰폰이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목전에 뒀다.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서다.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한 '1만원대 20GB 5G 요금제'는 알뜰폰 천만시대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잘 모른다"는 소비자가 많다. 알뜰폰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A부터 Z까지 대해부한다.
2024년 12월 기준 알뜰폰 사업자 유형별 가입자 비중/그래픽=윤선정
중소·중견 알뜰폰 가입자가 이통3사 자회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1000만 시장을 대기업과 중소·중견 알뜰폰이 양분하는 모양새다.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 자회사의 독주가 이어지자 선불폰 판매를 금지하고 도매대가 인하·전파사용료 감면 등으로 중소·중견 알뜰폰을 적극 육성한 결과다. 중소·중견 알뜰폰의 양적 확대를 일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본격 질적 제고에 나선다.
29일 머니투데이가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2024년 알뜰폰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총 949만명이다. 이중 △이통3사 자회사(5개)가 47.9% △대기업·금융권(2개)이 4.8% △독립계(중소·중견, 47개)가 47.3%를 차지했다.
머니투데이가 가입자수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통3사 자회사가 포진했다. 사업자별 가입자수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엠모바일은 170만명으로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유지했고, 미디어로그(104만명), SK텔링크(78만명), LG헬로비전(75만명)이 그 뒤를 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42만명으로 8위다.
대기업·금융권 계열에선 KB국민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2020년 9만명에 불과했던 KB국민은행 가입자는 지난해 43만명까지 늘었다. 에스원은 삼성 계열이지만 가입자(81만명)의 90% 이상(약 75만명)이 IoT(사물인터넷) 회선이라 순위에서 제외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인 토스는 비금융권, 태광계열인 한국케이블텔레콤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중견기업에 속한다.
중소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 중에선 유니컴즈(47만명), 프리텔레콤(34만명), 큰사람커넥트(29만명)가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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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자회사 '안정적 품질'…'가성비'는 중소 독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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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기준 알뜰폰 사업자별 가입자 수 Top20/그래픽=윤선정
이통3사 자회사 5개의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품질이 가입자를 이끄는 요인이다. 중소·중견 알뜰폰도 이통사 망을 빌려 써 품질 자체는 동일하나, 트래픽이 몰릴 땐 이통사 자회사에 망이 우선 배정된다. 이통사 AS 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5G 요금제가 다양한 것도 장점이다.
금융 계열 알뜰폰은 금융 상품 연계로 요금제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정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통신비를 할인해 주고, 계좌에서 통신비 자동이체 시 금리 우대도 지원한다. 앱 하나로 금융 서비스와 통신비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중소알뜰폰 상품은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이용자들에게 제격이다. 월 1000원대 초저가 요금제부터 월 1만원 이하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판매한다.
다만 업계에선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알뜰폰 시장 특수성을 고려하면 사업자 규모와 브랜드가 가입자를 유도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으로 넘어온 이용자는 브랜드 상관없이 100원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는 경향이 크다"며 "이는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따라 언제든 가입자수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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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종교폰 오명…중소 알뜰폰 체질개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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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년 이통3사 자회사가 시장 절반 이상(50.7%)을 차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중소·중견 알뜰폰의 약진은 고무적이다.
다만 군소업체 난립으로 부작용이 잇따른다. 진입장벽이 낮아 '전광훈알뜰폰'(퍼스트모바일)처럼 특정 집단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하거나, 대포폰으로 활용됐다. 부실한 고객상담 서비스에 소비자 불만도 높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사업자일수록 이통사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RS(이통사 상품을 재판매하고 수익 공유) 쏠림' 현상이 나타나 결국 이통3사에 종속됐다. 게다가 오는 30일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사라지면서 원가 상승으로 중소 알뜰폰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체질개선에 시동을 건다. 알뜰폰 시장이 변곡점을 맞은 셈이다. 자본금 기준을 상향(3억원→10억원)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존 사업자에 정보보안 의무를 강화한다. 이통3사의 대리점 격인 RS가 아니라, 알뜰폰업체가 요금을 자체 설계하는 RM(데이터 사용량만큼 이통사에 비용 지불) 방식의 도매대가를 최대 52% 낮춰 자생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중견 알뜰폰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며 "소비자 신뢰 확보가 생존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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