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처럼 무너진 방콕 고층 건물서 8명 사망…101여명 여전히 매몰
군정, 이례적 국제사회 지원 요청…"어떤 나라 어떤 조직이든 좋다"
28일(현지시간) 낮 12시 50분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17.2㎞ 떨어진 곳에서 규모 7.7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8/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내륙에서 발생한 규모 7.7 강진으로 150여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이례적으로 원조를 요청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국영 MRTV 심야 연설에서 144명이 숨지고 73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도 지진 여파로 1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망자 수는 154명으로 늘었다.
민 아웅 흘라잉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모든 국가와 모든 조직의 도움과 기부를 받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의 구호 제안은 받아들인 상태다.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던 미얀마 군정이 해외 원조를 촉구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군정 대변인인 자우 민 툰은 네피도와 만달레이, 사가잉의 국영 병원 환자들이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며 헌혈과 의료용품 지원을 촉구했다. 현재 네피도와 제2 도시 만달레이를 포함한 6개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 강진 소식을 접했다면서 지원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미얀마를) 도울 것"이라며 "이미 그 나라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미얀마 내륙에서 28일(현지시간)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이 오후 12시 50분 경 미얀마 사가잉시에서 북쪽으로 약 16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수도 네피도에서는 건물 천장이 무너지고 도로가 함몰되는 등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땅이 약 30초 정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1000개 병상을 보유한 네피도의 종합병원은 '대량 사상자 구역'으로 지정돼 지진으로 다친 사람들이 몰려왔다. 병원 주변의 도로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미얀마 중부의 수도 네피도에서 발생했으나 나라 전역의 전기와 인터넷이 중단된 상황에서 농촌 지역의 피해가 아직 알려지지 않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정과 민주 진영 반군의 지속적인 내전 탓에 지진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제 비정부기구(NGO)의 고위 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약 80%는 군정 통제 밖에 있고, 그 지역도 각각 다른 민병대가 통제하고 있어서 피해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28일(현지시간) 낮 12시 50분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17.2㎞ 떨어진 곳에서 규모 7.7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8/뉴스1
특히 진앙과 가까운 사가잉이나 만달레이 등 피해가 심각한 도시들의 현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전과 통신 장애 등으로 정보 입수가 어렵다고 밝혔다.
군정은 분쟁 지역에서 통신을 정기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외무장관인 진 마르 아웅은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 군부가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식료품과 연료, 쉼터 등이 지원돼야 하는데 미얀마는 평시에도 소통이 어렵다. 거기에 재난까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규모 파악에도 수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모하메드 리야스 국경없는의사회 미얀마 지부 이사는 CNN 인터뷰에서 "통신이 끊기고 교통도 마비되면서 정보가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에서 발생한 7.7 강진 여파에 태국 방콕에서 짓고 있던 빌딩이 내려앉았다. 2025.03.28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이번 지진으로 태방콕의 짜뚜짝 공원 공원 근처에서는 공사 중이던 30층짜리 정부 기관 고층빌딩이 무너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영상을 보면 이 건물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타비다 카몰베이 방콕 부지사는 건물 붕괴 현장에서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누띤 찬위라꾼 태국 부총리 겸 공공보건부 장관은 건물 붕괴 현장에서 12명이 구조됐으나 잔해 아래 여전히 101명이 깔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건물 붕괴가 건물 하부 기둥의 부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태국의 한 호텔에서 루프탑 수영장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출처=세바스티안 울프 엑스>
인근 건물에서는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혼란이 지속됐다. 호텔의 루프탑 수영장에서 물이 넘쳐 건물 외벽으로 쏟아져 내리는 영상도 확산했다.
방콕 당국은 도시 전역에서 지진 때문에 구조적 손상을 입은 사례를 1000건 가까이 보고받았다면서 기술팀이 29일 오전부터 심각도에 따라 피해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당국은 주민들이 피난처를 찾을 수 있도록 공원 5곳과 임시대피소 6곳을 개방했다면서 안전 유지를 위해 거리에 경찰과 공무원들을 배치했다고 알렸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의 대외원조 기관인 미 국제개발처(USAID)가 태국에 지원 팀을 파견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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