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황금기 연 주역
본보와 인터뷰에서 은퇴 첫 언급
29일 시작 파이널이 마지막 무대
"몸 예전 같지 않아, 떠날 때 됐다"
평창올림픽 앞두고 이순신 헬멧 화제
평창 이후 유럽 리그 러브콜에도 잔류
"한국에 남아 뛰는 게 행복, 옳은 선택"HL 안양의 수문장 맷 달튼이 29일 시작되는 2024~2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파이널을 라스트 댄스 무대로 삼았다. 귀화 선수로 한국의 골문을 굳건히 지켰던 달튼은 2017년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 승격,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등 한국 아이스하키의 황금기 주역이었다. HL 안양 제공
한국 아이스하키의 황금기를 열었던 '철벽 수문장' 맷 달튼(39·HL 안양)이 2024~2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파이널(챔피언결정전)에서 현역 선수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2017년 '키예프의 기적'으로 불리는 세계선수권 월드챔피언십(톱디비전) 승격,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전을 이끈 귀화 골리(골키퍼) 달튼은 2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레드이글스 홋카이도(일본)와 아시아리그 파이널(5전 3승제)을 '라스트 댄스' 무대로 삼는다. 정규리그 통산 8번째 우승에 이은 통합 3연패로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다는 계획이다.맷 달튼의 경기 모습. HL 안양 제공
2014년 안양 한라(현 HL)에 입단하면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달튼은 26일 경기 안양빙상장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처음으로 은퇴를 언급했다. 그는 "이번 파이널이 마지막 무대라고 해도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며 "마지막이라는 큰 의미를 부여하면 동료들이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평소처럼 준비해서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달튼은 26일 훈련을 마친 뒤 양다리에 아이싱을 한 모습을 보며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안양=김지섭 기자
HL에서만 10년 넘게 뛰고, 2016년 특별 귀화로 한국 아이스하키의 골문을 지켰던 달튼은 지난 시즌 후 어느 정도 은퇴 결심을 했다. 이번 시즌엔 팀 동료 골리 이연승과 정규리그 경기를 반반씩 나눠 뛰면서 마지막을 준비했다.
달튼은 "이렇게 시즌을 뛰는 건 처음이라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 (훈련 후 양다리에 아이싱을 한) 모습을 봐라"고 웃으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머리는 아직 충분히 뛸 수 있다고 하는데 몸이 좋다, 안 좋다 하니까 스트레스가 됐다"며 "떠나는 순간을 생각하면 아이스하키를 그리워할 테지만 떠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맷 달튼의 경기 모습. HL 안양 제공
캐나다 출신인 달튼은 평창 올림픽 세대 중 유일하게 남은 귀화 선수다. 함께 영광을 누렸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은퇴, 코로나19 여파 등 개인 사정으로 떠날 때 달튼은 끝까지 한국을 지켰다. 평창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달튼을 보고 복수의 유럽 선진리그 팀에서 구애를 보냈을 때도 꿈쩍 안 했다.
달튼은 "올림픽이 끝난 다음 스위스, 체코, 러시아 리그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지만 한국에서 계속 뛰며 커리어를 마치고 싶었다"면서 "팀에서 워낙 잘해줬고, 한국은 올림픽에서 뛸 기회를 줬는데 그렇게 가버리는 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한국에 남아서 뛰는 게 행복하고 옳은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헬멧에 이순신 그림을 새긴 맷 달튼. 연합뉴스
달튼에게 빼놓을 수 없는 건 충무공 이순신이다. 자신의 헬멧에 이순신을 그려 넣고 '임전무퇴(싸움에 임하여 물러섬이 없음)' 정신으로 한국의 골문을 사수했다. 평창 올림픽 역시 이 헬멧을 쓰려고 준비했으나 개막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순신 그림을 '정치적 표현'으로 규정하고 착용을 금지했다. 당시 달튼은 "IOC의 결정을 듣고 상당히 실망했다"며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규정이 그렇다면 따르겠다"고 아쉬워했다.
귀화 면접 때 기본적인 상식을 공부하면서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존재를 알았다는 달튼은 이순신에 대해 '레전드(전설)' '리더'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순신 헬멧은 캐나다 집에 기념품으로 잘 간직하고 있다"며 "아시아리그에는 일본 팀들과 경쟁해 착용하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달튼이 현역 마지막 무대에 쓰는 헬멧. 안양=김지섭 기자
태극마크를 달고 최고의 순간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과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꼽은 달튼은 빙판을 떠나더라도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 시즌에 집중해야 할 때로 결론 난 건 없지만, 한국을 계속 오가면서 골리 클리닉이나 코칭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한국 아이스하키가 지금 힘든 상황이지만 이총민 등 해외에 있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열정을 갖고 다시 올라섰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