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는 지금, 뉴진스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설 수 없다.”
한때 가장 앞서가던 ‘4세대 아이콘’이자 글로벌 K팝 신드롬의 주인공이었던 뉴진스가 전속계약 분쟁으로 정체성의 혼란에 빠졌다. 이름도, 무대도, 팬덤도 점차 조각나고 있다.
28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 ‘뉴진스를 지켜달라’는 트럭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이번 시위는 뉴진스 일부 팬들이 어도어와의 갈등 장기화에 우려를 표하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분쟁으로 정체성의 혼란에 빠졌다.사진=어도어 제공
“위약금 줄소송 정신차려라”, “어도어와 대화가 필요하다”, “이건 팬덤 전체의 뜻이 아니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간절한 경고에 가까웠다.
갈등의 불씨는 지난해 4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민 전 대표의 해임 이후, 뉴진스는 회사 내에서 고립됐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11월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법원은 어도어의 ‘기획사 지위보전 가처분’을 인용했다. 그 결정에 불복한 뉴진스는 이의 신청과 함께 활동 중단을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뉴진스가 아닌 이름으로 공연을 강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어도어 측은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현재 양측은 오는 4월 3일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의 첫 심문을 앞두고 있다.
팬덤은 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 일부는 뉴진스의 선택을 지지하지만, 다른 일부는 현실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지만, 그 이름을 사용하는 순간조차 위태롭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다.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그룹.” 지금의 뉴진스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일지 모른다.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이름을 사랑했던 모두일지도 모른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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