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Faculty of Science 제공
과학자들이 니켈 기반 산화물로 초전도 특성을 보이는 화합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구리 없이 고온 초전도성을 구현한 최초 사례다. 구리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고온 초전도성이 다른 원소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초전도 연구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리안도 아리안도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 연구팀은 구리 없이도 고온에서 초전도 특성을 보이는 화합물 '삼원 니켈 산화물(Sm-Eu-Ca)NiO₂)'을 설계하고 합성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이 합성한 삼원 니켈 산화물은 영하 233도(약 40K)의 고온 및 주변 압력 조건 하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냈다. 구리를 포함하지 않은 산화물 중에서는 최초로 주변 압력(상압)에서 고온 초전도 특성이 확인된 사례다. 초전도체 연구에선 기준점이 되는 절대온도가 영하 273.15도(0K)로 영하 233도는 고온 환경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물질에서 얇은 층이 반복된 샌드위치처럼 생긴 층상 구조에 주목했다. 층상 구조 내에서 일어나는 층간 상호작용이 초전도성 발현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화합물 후보를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그 결과 구리 기반이 아닌 산화물에서도 고온 초전도성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고순도 결정 구조를 확인하며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무저항 상태'로 이론적으로는 전력 손실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어 차세대 전자기기와 에너지 효율 기술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초전도체는 절대온도 0K에 가까운 극저온에서만 작동해 실용화에 제약이 있다.
니켈을 기반으로 한 이번 화합물은 초전도성 물질의 필수 조건이 구리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화합물은 구리를 포함하지 않고도 주변 조건에서 고온 초전도성을 나타냈다”며 “비정상적 고온 초전도성은 구리에 국한된 특성이 아니라 주기율표 상 다른 원소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견은 고온 초전도성의 이론적 이해와 실험적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매우 중요한 성과”라며 “보다 넓은 범위의 실용적 초전도체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하고 상온 초전도 가능성이 제기됐던 LK-99는 납-아파타이트 기반 산화물이다. 26.85도(300K)의 실온에서 작동한다고 주장됐다. 이번 화합물은 여전히 극저온에서만 작동하지만 LK-99는 이후 재현 실험 등의 과정에서 물질의 결정 구조가 불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반면 이번 산화물은 안정적인 결정 구조가 확인됐다.
<참고 자료>
- 10.1038/s41586-025-08893-4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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