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현 페리지 CTO
28일 서성현 페리지 CTO가 '우주 모빌리티가 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채린 기자
혁신적인 재사용발사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도전 과정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용인해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지적이 나왔다. 재사용발사체는 발사 비용을 대폭 줄여야 경제성을 가지는 '의미 있는' 우주 운송수단이 된다는 사실도 재차 강조됐다.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28일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센터에서 개최한 '2025년 제1회 최신 우주기술 소개 세미나'에서 서성형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발사체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 등 민간과 군 관계자 약 80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서성현 페리지 CTO는 "비행기 수가 2004년 1만5000대였지만 2020년 2만8000대로 늘었다가 2040년 4만대 이상이 예상된다"면서 "비행기처럼 발사체도 궁극적으로 재사용돼 사용되는 미래가 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사용발사체가 의미 있는 수단이 되려면 발사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발사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재사용발사체가 소모성발사체보다 비용이 더 들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페리지는 발사체의 구조비를 줄이기 위해 발사체 소재로 '탄소복합재'를 이용하고 있다. 구조비란 발사체 구조물 무게를 발사체와 추진제 무게로 나눈 값으로 발사체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구조비가 낮을수록 발사체 성능이 좋다. 소형발사체는 중대형발사체에 비해 크기가 작아 구조비가 상대적으로 높다. 소재, 기능 등에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이유다.
서 CTO에 따르면 페리지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소형발사체 개발을 중심으로 기술을 검증하고 이후 발사체의 체급을 키울 계획이다.
서 CTO는 재사용발사체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라고 했다. 탄탄한 내구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반복 발사에 성공할 수 있는 신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CTO는 "스페이스X도 창업 초기 여러 실패 끝에 신뢰성 있는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었다"라며 "성공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도전만 해서는 혁신적인 발사체 기술을 얻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며 실패를 받아들이는 시험결과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최영환 한화에어로 우주사업2팀 팀장은 "누리호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 6차 발사 이후 개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함께 누리호를 4·5·6차 발사하며 누리호의 신뢰성을 높이는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6차 발사 이후 누리호의 활용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날 최영인 케이마쉬 대표의 '5차 우주 경쟁 : 완전 재사용발사체 개발 현황', 이기주 인터그래비티 테크놀로지스의 '일정과 비용 예측이 가능한 발사서비스의 가치', 송재강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의 '우주발사체 발전 과정과 현대로템의 우주사업',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이사의 '이노스페이스 소형발사체 개발 및 사업화 현황' 등의 강연이 이어진다.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발사체 관련 강연도 마련된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