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잡화 시총1위, 최고 매출 올렸는데 F학점 폭격...'기업 흔들기' 후 차익실현 우려
KT&G를 상대로 한 FCP의 입장 사례/그래픽=이지혜
'구태, 능력부족, 시장 이해부족, 주가 포기, 황제 연임.'
최근 1년간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KT&G를 상대로 내놓은 입장문의 키워드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사장 선임을 저지·견제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뒤에도 FCP는 KT&G 경영진을 상대로 사사건건 어깃장을 놨다. 하지만 주주 다수는 또 한번 KT&G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6일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방법 명확화' 안건 표 대결에서 FCP는 완패를 기록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흔들기'는 다각도로 진행됐다. 무리한 요구를 담은 서신을 보내고 법원 가처분신청을 하고 주총에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하는 식이다. 2022년 KT&G 주식을 사들인 FCP의 경우 △주당 1만원 배당안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요구 △KGC인삼공사 분리상장·배당확대 △이상헌 FCP 대표 사외이사 셀프추천 등이 이런 사례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KGC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며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장 개인을 상대로 한 흔들기도 이어졌다. 지난 5일 방 사장 취임 1주년 성과 리포트에서 방 사장 경영능력에 대해 △주가 △재무·주식시장 이해도 △독립적 경영마인드 △사업 비전 제시 △투명성 등 5가지 항목에서 모두 낙제점(F)을 부여했다.
시장의 평가는 반대다. KT&G 시가총액은 12조4000억원 이상으로 식품과 잡화를 아우른 산업군 전체 1위다. 지난해 8만원대를 기록하던 주가는 현재 10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한 때 12만6400원까지 올랐다. 코스피 평균 9% 하락했음에도 총주주수익률(TSR)은 29.2%를 나타냈다. 성과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역대 최고치인 5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5% 증가한 1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흔들기' 속내는 차익실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3년과 지난해 연이어 주주제안을 했던 FCP는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하려면 0.5% 이상의 지분율을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를 두고 방 사장 임명 후 KT&G의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지난해 말 주가 상승기 FCP가 차익실현을 하면서 지분율이 주주제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에선 FCP의 차익실현으로 KT&G 보유주식이 0.4%대로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KT&G는 주주환원 정책을 '거위 배'를 가르는 급진적 성향보다 투자와 성장, 주주가치를 균형있게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KT&G 관계자는 "2027년까지 현금배당 2조4000억원, 자사주 매입 1조3000억원 등 약 3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 환원과 발행주식 총수 20% 이상 소각하는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며 "해외 신공장 완공, 해외법인 투자를 지속하면서 궐련 중심에서 탈피하는 모던 프로덕트(Modern Products)를 통해 질적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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