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곰국] 미국 컬럼비아대·미네소타대·유어 초이스 테라퓨틱스 연구팀, 남성용 경구피임약 2상 임상 돌입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발표
[편집자주] 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게 '3분 요리'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게 '3분 곰국(거꾸로 읽어보세요)'입니다.
수컷 생쥐에 하루 20mg의 YCT-529를 투여한 후 정자 상태를 관찰한 모습.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경구 피임약은 20종이 넘지만 모두 여성용이었다. 미국 연구팀이 처음으로 남성용 경구피임약을 개발해 임상 2상을 진행한다. 투약 시 정자가 비활성화되고 중단하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남성용 피임기구나 정관 절제술 등의 시술을 대체할 대안이 될 전망이다.
2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데브라 울게무스 미국 컬럼비아대 유전·성장학 교수와 군다 게오르그 미국 미네소타약대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미국 제약기업 '유어 초이스 테라퓨틱스'와 함께 남성용 먹는 피임약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 13일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약 'YCT-529'는 '세계 최초' 남성용 경구 피임약이다. 약 복용 시 남성의 정자 생산을 일시적으로 제어해 피임 효과를 낸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은 정자 생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단백질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Rarα)'를 기반으로 신약을 만들었다. 유전자 발현을 인공적으로 억제해 특정 유전자의 고유 기능을 확인하는 '유전자 녹아웃(유전자 제거)' 기술을 활용해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가 남성의 정자 생성 및 배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1차 연구로 확인했다. YCT-529는 이러한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실험용 수컷 생쥐 30마리에게 4주 동안 YCT-529 10밀리그램(mg)을 투여했다. 이어 분 단위, 시간 단위, 일 단위로 생쥐 고환 속 정자 상태를 확인했다. 투여 1일 차와 4주차의 정자 개수를 비교한 결과, 정자 수가 확연히 줄었다. 약물을 투여한 수컷 생쥐 10마리는 2주에 걸쳐 암컷 생쥐와 짝짓기했지만, 이중 절반이 임신에 실패했다. 약물의 양을 2배로 늘려 20밀리그램을 투여한 결과, 수컷 15마리 중 14마리가 짝짓기 후에도 임신에 실패했다. 연구팀은 "100%에 가까운 생식능력 억제"라고 설명했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자 생식능력은 다시 회복됐다. 투여 후 8주가 지날 무렵 10마리 생쥐 중 6마리의 정자 생산 능력이 복구됐다. 12주차로 접어들자 1마리를 제외한 모든 수컷 생쥐의 생식능력이 돌아왔다.
연구팀은 이어 영장류인 원숭이를 대상으로 같은 약물을 투약해 피임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원숭이에게서는 약물 투여 시작 후 2주 이내에 정자 수가 줄었다. 다만 투약 후 정자 수를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약 10~15주가 소요됐다. 연구팀은 그 실험 그룹에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YCT-529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도 적합하다는 게 확인됐다"며 "유어 초이스 테라퓨틱스가 지난해 YCT-529의 1상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재 두 번째 임상 시험에 돌입해 안전성·효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연구를 이끈 게오르그 교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남성용 피임약은 남성에게도 생식에 대한 자율성을 제공한다"며 "가족 계획에 대한 책임을 보다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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