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월 2일부터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
상호관세도 4월 2일 부과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발효는 다음 달 2일부터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무관세로 수출됐지만, 앞으로는 25%의 높은 관세를 물게 된다. 특히 트럼프가 서명한 포고문에는 한미 FTA가 미국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해외 제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관세 발효 시점에 대해 “오늘 서명하지만, 4월 2일부터 발효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에 엄청난 성장을 가져올 행정명령”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 부를 가져가는 나라들에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포고문은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의 232조에 따라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수입을 조정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을 발동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이날 서명한 포고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이 (미국에) 충분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자동차와 특정 자동차 부품의 수입으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는 지난 12일부터 부과된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이후 새로 추가된 품목 관세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로) 자동차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많은 자동차 공장 건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세단, 트럭 등 수입 자동차와 엔진, 변속기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원)다.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어 대미 자동차 수출국 4위를 차지한다. 무관세로 수출되던 자동차에 갑자기 25%의 관세가 붙게 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 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일본, 한국, 멕시코, 캐나다, 유럽 등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은 이들 5개국 중 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인데, 미국이 체결한 무역 협정 약속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의문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백악관에서 미국에 210억 달러의 투자를 발표하며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규모를 12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였다. 트럼프도 “현대차는 위대한 기업”이라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그동안엔 없었던 고관세를 물게 된다.
트럼프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협업하는 북미의 자동차 공급망에 대해 “자동차가 여기에서 만들어져서 캐나다나 멕시코로 보내진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평가한 뒤 “한 곳에서만 생산되는 자동차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제약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지금은 여기에서 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중국과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트럼프는 다음 달 2일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할 것이지만 관대하게 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 동안 우리에게 부과해온 관세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매우 기분 좋게 놀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 효과로 “2년 이내에 우리는 6000억 달러(약 881조원)에서 1조 달러(1469조원)가 들어올 것”이라면서 “그것은 우리나라를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주요 자동차업체의 주가는 장 마감 이후 하락했다. 제너럴모터스는 7% 하락했고, 포드와 스텔란티스도 4% 이상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기업들이 미국에 더 많은 공장을 열도록 장려할 수 있지만,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미국 소비자의 비용을 크게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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