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영향구역 3만㏊ 넘어
사망자 21명까지 늘어
닷새째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만약 남풍과 남서풍 방향 강풍이 지속될 경우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울진 등 동해안 지역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산림 당국은 26일 오전 6시 30분께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에 진화 헬기 87대와 인력 5421명, 진화 장비 656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오후부터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낮 최고 기온도 20도를 웃도는 기상 악조건이 이어졌다.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해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가 오후 3시30분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당초 1만5천185ha로 추정됐던 산불영향구역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늘었는지는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산림청이 항공기 정찰을 실시했으나 분석할 영상 자료 등이 많아 집계가 완료되지 못했다. 다만 25일 오후까지 집계된 의성·안동 2곳 산불영향구역 범위를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이미 3만㏊를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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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로 확산 중인 산불에 세계문화유산과 유명 고찰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산불은 직선거리로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앞 4∼5㎞ 지점 야산까지 접근했다. 당국은 기와집과 초가집이 많이 남아 있고 유교 문화를 비롯한 전통이 온전하게 보존된 하회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진화 헬기 2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도했으나 결국 철수했다.
하회마을은 5∼10㎞ 떨어진 야산, 골프장 등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로 뒤덮였다. 마을 주민들은 소방 당국과 함께 소화전 30개와 소방차 19대 등을 활용해 2시간 간격으로 마을 내 가옥 등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유산인 봉정사를 보호하기 위해 사찰 주변 30m에 있는 나무를 벌채해 안전을 강화했다.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에도 불길이 번져 천년고찰 대전사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찰 뒤편에서 벌채 작업을 벌였고, 사찰 내 주요 문화재를 부직포로 감쌌다.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한 당국은 인력 3333명을 투입해 전력 시설, 민가, 다중이용시설, 국가문화 유산 등과 같은 중요 보호시설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병산서원 등 주요 시설물 주변에는 산불확산 지연제(리타던트)도 살포하고 있다.
산불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도 늘고 있다.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 등 4곳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총 21명이다. 현재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는 주민 8753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황이다. 각종 시설 257곳에서 산불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파악됐고, 고속도로는 예천∼의성 분기점, 동상주∼영덕 분기점 양방향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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