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6일 경기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7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이사회 합류를 계기로 인공지능(AI)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6일 경기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통과됐다. 이 창업자는 GI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최수연 대표는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3년 더 네이버를 이끈다.
이 창업자의 이사회 복귀는 AI 경쟁 심화와 맞물려 있다. 이 창업자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이듬해 3월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GIO로서 해외 사업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네이버가 해외 거대 기술기업과의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밀리는 등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이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최수연 2기의 신진 리더십은 이 창업자의 성공 경험과 연륜이 더해져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며 “AI 대표기업을 향한 독자적 방향 수립과 실행에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주총 현장에서 “인터넷 시대에 시작된 네이버가 모바일 환경의 파고까지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었던 핵심은 혁신 기술을 이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열정과 더 큰 시장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과 다른 방식으로 싸워온 네이버만의 투지였다”며 “AI 시대를 맞이하는 네이버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리더들이 언제나처럼 이용자와 기술을 가장 중심에 두도록, 과감하게 시도하고 자신 있게 도전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창업자는 주총 직후 취재진과 만나 “네이버는 구글 등 빅테크에 맞서 25년간 견뎌오고 살아왔던 회사”라며 “늘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검색·숏폼·AI 등 네이버만의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와의 AI 분야 협업 가능성에 대해선 “협업할 것은 협업해야 한다”면서도 “전 세계가 한두 개의 검색 엔진과 AI만 쓰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색의 시대가 저문다고 하지만 사실 더 확장되고 커지고 있다”며 “인터넷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회사의 사명”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소버린 AI’를 강조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주요 서비스에 AI를 내재화하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펴고 있다. 27일 검색 시 요약·정리된 답변을 제공하는 ‘AI 브리핑’ 서비스를 시작한다. 최수연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도 제주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주총 장소를 본사 소재지인 제주에서 경기 성남 및 그 인접지로 확대하는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주총장 앞에서는 카카오 노동조합이 포털 서비스 ‘다음’ 분사에 반발해 시위를 벌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다음 분사 후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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