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평판 조회(reference check)란 기업이 구직자나 근로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전 직장이나 관련자에게 해당 인물의 업무 능력, 성격, 근무 태도 등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는 인사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후보자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외에도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 팀워크, 성실성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인사 실패를 줄일 수 있으며, 허위 경력, 위장 회사, 과거 부정행위 등을 사전에 확인함으로써 사기나 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어 인사 채용 특히, 경력직 인사 채용에는 거의 필수적인 절차가 되고 있다.
다만, 구직자의 동의 없이 평판 조회가 이루어지는 문제, 평판 조회로 인해 이직 사실이 알려져 기존 직장에서 곤란을 겪는 문제, 고의로 자신에 관한 허위 사실이 제공되어 취업이 어려운 경우 등으로 인해 여러 법적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개인정보보호법 상 이슈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다. 평판 조회를 위해 반드시 구직자의 동의가 필요한지가 이슈이다.
먼저 평판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포함된다.
일을 잘한다. 성실한 사람이다 등 구직자의 업무 능력, 성격 등에 관한 동료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 자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객관적 사실이 수반되는 평판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대부분의 평판이 객관적 사실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평판도 대부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펴낸 인사, 노무편 개인정보보호가이드라인은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고용정보는 개인정보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구직자의 평판을 수집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평판에 민감정보, 즉,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유전정보, 범죄경력자료 등이 포함될 경우 별도로 민감정보 수집에 관한 동의도 받아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평판 조회 과정에서 이전 직장의 담당자가 구직자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누설하는 경우 이 조항을 위반할 수 있다.
결국 평판 조회는 원칙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공익을 위한 경우, 이익형량에 따라 정당화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동의 없이도 가능할 수 있다.
둘째, 평판 조회 과정에서 구직자에 대하여 부정적 사실 및 허위 사실을 말하여 그 결과 구직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되었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죄는 사실 내지 허위 사실의 적시가 필요하므로 단순히 구직자의 업무태도 등이 별로예요라고 대답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하기 어렵다.
셋째, 근로기준법 제40조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의 비밀 기호 또는 명부 작성·사용, 통신을 금지하고 있어, 취업 방해를 목적으로 구직자에 불리한 평판을 제공한 경우에는 취업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취업방해의 목적이 아닌, 단순 경력 조회 등은 동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행정해석을 한 바 있다(근기 68207-161).
다만, 실제로 많은 평판 조회가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은 구직자가 밝힌 추천인 외에도 비공식 루트인 전 직장 동료, 지인, 업계 커뮤니티 등을 통해 평판을 알아본다. 특히, 고위직이나 신뢰가 중요한 직무에서는 비공식 평판이 채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 회피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법은 엄격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문제는 현재 평판 조회에 대한 법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범위까지 평판이 개인정보에 포함되는 것인지, 어떤 경우 동의 없이 가능한 것인지, 평판 조회의 절차는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입법이나 직접적인 판례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평판 조회의 개념, 절차, 범위 등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협의하여 공식적·합법적 프레임 워크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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