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컬링 캡틴' 이현출(왼쪽)이 신중하게 드로샷을 시도하는 모습. 이현출은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2025년 세계휠체어컬링선수권 혼성 단체전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했다.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3월 6~15일, 올림픽이 끝난 자리에 전세계 장애인 동계 스포츠 선수 600여명이 모여 대결한다. 파라알파인스키, 파라바이애슬론, 파라크로스컨트리스키, 파라아이스하키, 파라스노보드, 휠체어컬링 등 6개 종목, 79개 메달 이벤트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이 2018년 평창에서 사상 첫 동메달 역사를 쓴, '동계패럴림픽의 꽃' 파라아이스하키는 밀라노 산타지울리아 아이스하키 아레나에서 펼쳐지고 그외 대부분의 설상 종목과 컬링이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진행된다. 알파인스키는 코르티나담페초의 올림피아 델레 토파네 슬로프,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발 디 피에메의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 스노보드는 코르티나 파라스노보드파크, 휠체어컬링은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휠체어컬링 믹스트더블(혼성2인조) 종목이 신설됐다. 개회식은 베로나올림픽아레나에서, 폐회식은 코르티나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350여일 앞으로 다가온 패럴림픽, 태극전사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2018년 평창에서 금 1개, 동 2개를 획득한 한국은 2023년 베이징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2024~2025시즌의 끝자락, 패럴림픽 시즌을 앞두고 저마다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첫 금메달 도전에 나선 휠체어컬링은 4월부터 리그를 통한 국내 선발전이 시작된다. 올림픽 양궁처럼 선발전이 국제대회보다 치열하다. 2025년 세계선수권 혼성단체전 은메달과 함께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휠체어컬링 캡틴' 이현출(39·강원)은 "패럴림픽 기회가 주어진다면 간절하고 특별한 기회인 만큼 포디움을 넘어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현출은 "리그(국대선발전)를 앞두고 주말엔 개인 훈련,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평일엔 기초 아이스 훈련, 실전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빙질 적응을 위해 세계 각 컬링연맹 대회 영상을 참고해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기회는 온다. 그 기회는 준비돼 있는 사람에게 결과로 보답할 것'이라는 좌우명을 되뇌고 있다. '휠체어컬링 믹스트더블' 국가대표 김혜민(29·서울특별시청)은 2025년 세계선수권에서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친 후 "이 벽을 반드시 넘겠다. 이 경험이 큰 교훈,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혜민은 국내 휠체어컬링 선수중 유일한 '경추 손상' 선수다. 손아귀 힘이 약한 핸디캡을 딛고 자신만의 기술, '현미경' 투구로 승부하는 선수다. 그녀는 "같은 실수를 해도 내게는 '역시 힘들구나'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한계를 인정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국가대표까지 됐다. 이제는 패럴림픽이라는 꿈의 무대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한층 더 성장하고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국가대표로 재선발 되는 게 첫 목표다. 기술, 전술을 더 보강하고 팀워크를 다지면서 체력과 멘탈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김영성(오른쪽)과 부주장 최시우. 2018년 평창패럴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이들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에서 8년 만의 메달을 목표 삼았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베이징에서 4위를 기록한 파라아이스하키도 메달 탈환을 선언했다. '파라아이스하키 캡틴' 김영성(42·강원도청)은 "모두 한마음으로 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매경기 결승이란 생각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부담도 크지만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최상의 컨디션만 생각하며 준비하겠다. 멘탈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괜찮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주장의 부담감보단 선수들과 다같이 함께 한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선수들이기에 믿고 있어서 항상 든든하다"고 했다. '부주장' 최시우(29·전북아리울)도 "색깔 상관없이 메달이 목표"라면서 "미국, 캐나다, 체코, 중국 등 강팀이 많지만 한국이 약하지 않단 걸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다. 평창, 베이징, 두 번의 패럴림픽에서 선배들이 날 이끌어주셨듯이 이젠 내가 팀에 중심이 돼 후배들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평창 영웅' 신의현이 지난 3월 IBU 파라바이애슬론 세계선수권에서 역주하는 모습. 사진출처=IBU'평창 레전드 철인' 신의현(45· BDH파라스) 역시 포디움을 직겨냥했다. "2월 IBU 파라바이애슬론 월드컵 3위를 기록했다. 다시 패럴림픽 메달권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바이애슬론에서 3위 이상, 메달 획득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패럴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체력과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체력에 신경을 쓰고 있다. 후반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해 고강도 훈련, 고지대 적응 훈련 등을 통해 회복력과 지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열심히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선수위원장인 그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노르딕스키 막내온탑 김윤지의 첫 세계선수권 우승세계선수권 챔피언으로 올 시즌을 마감한 김윤지(19·BDH파라스)는 "첫 동계패럴림픽에서 앞으로의 제 발전 가능성과 성장을 확인하고 싶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도전하는 패기를 보여드리겠다. 노르딕스키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실력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체대 특수체육학과 '새내기' 김윤지는 "6월말까지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1학기 종강 후 본격적으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저강도 롱트레이닝, 인터벌, 스피드 트레이닝 등 국내와 고지대 해외에서 훈련하며 패럴림픽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서 새 역사를 목표 삼은 알파인 스키 에이스 황민규와 김준형 가이드.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시각장애 알파인 스키어' 황민규(29·SK에코플랜트)는 올시즌 월드컵 무대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패럴림픽에서 "SL, GS, SG, DH, AC 총 5개 종목 순위권"을 목표 삼았다. "내 목표는 개인적 성취를 넘어,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다. 내 스키가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의 의미와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나와 같은 상황을 이겨내야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여러분이 느끼고 있는 어떤 어려움도 시각장애인으로 내가 지나온 길에서 얻은 교훈처럼, '결국엔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것이다. 그 어떤 어려움도 날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파트너인 김준형 가이드, 이호성 감독님, 이 훌륭한 팀과 함께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