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스타캐처 지상 시연 성공
위성에 전력 공급하는 위성망 구축 목표
미국 스타캐처 연구진은 미식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수신기를 설치하고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빔 형태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캐처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지상에서 전깃줄을 통하지 않고 빛줄기(빔) 형태로 전기를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우주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수집해 지상이나 다른 인공위성에 전기를 공급하는 우주 전력 그리드 구축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스타캐처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에버뱅크 스타디움에서 태양광을 빔 형태로 수선기에 전송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회사 공동 창립자인 앤드루 러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시연은 우주 전력 빔 기술의 첫 종단 간 테스트에 해당한다”며 “우주 분야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에너지를 수집해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스타캐처는 우주에 여러 대의 위성을 올려서 지구 저궤도(LEO)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이나 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을 빔 형태로 전송하는 ‘전력 노드’ 위성을 1500㎞ 상공의 저궤도에 대량으로 쏘아 올려 우주에 전력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스타캐처 연구진은 미식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수신기를 설치하고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빔 형태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캐처
이번에 지상 테스트가 진행된 에버뱅크 스타디움은 NFL(미 프로풋볼) 잭슨빌 재규어스의 홈구장이다. 회사 연구진은 미식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수신기를 설치하고 열을 제외한 태양광을 빔 형태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캐처는 태양 복사도의 0.1배에서 10배에 이르는 빔 에너지로 전력을 전송했다. 무선 전송과 수신기 제작에는 기존 인공위성에서 쓰고 있는 전력 장치를 활용했다. 스타캐처에 따르면 이 에너지 전송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위성을 개조할 필요가 없다. 위성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에 기존 전력 시스템을 쓰면 된다. 러시 CEO는 “이번 성공은 우주에서 전력 제약을 제거하고 위성 서비스에 새로운 역량을 제공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캐처는 궁극적으로 지상은 물론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군집 위성을 지구 저궤도(LEO)에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급격히 성장하는 인공위성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원웹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지구 저궤도를 도는 군집 위성은 급격히 늘고 있다. 회사 측은 2030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지금보다 5배 늘어난 약 5만대 위성이 운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캐처는 지난해 미국의 우주 제조 전문기업 ‘메이드인 스페이스’ 출신인 러시 CEO와 마이클 스나이더 전 레드와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함께 세운 기업이다. 설립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여름 좀 더 큰 규모의 지상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한때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착륙하던 플로리다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에 있는 활주로를 가로질러 수백 와트(W)의 전기를 500m 이상 떨어진 모의 위성들에 전송할 계획이다.
스타캐처는 지난해 이니셜라이즈와 B캐피털로부터 1225만달러의 종잣돈을 투자받았다. 회사 측은 “지상 시연을 거쳐 늦어도 2025년 말까지 지구 저궤도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위성 집단인 ‘스타캐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스타캐처는 우주 궤도를 도는 위성과 우주선에 필요한 100W부터 100㎾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때 공상 과학의 주제이던 우주 태양광 발전은 태양광 패널과 무선전력 송신 기술, 우주 인프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우주의 태양광 발전은 낮과 밤, 구름 같은 지구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1년 내내 전기를 생산한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 지상보다 8배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12월 우주에 폭 1㎞에 이르는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마이크로파를 통해 지구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1000억㎾h(킬로와트시)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수력 발전 프로젝트인 중국 중부의 양쯔강 싼샤댐에서 이름을 따와 ‘지구 위의 또 다른 싼샤댐’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과 우주선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은 지구에서 낮인 지역을 지나면서 태양빛으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전기 생산에 제약이 있고 점점 많은 장비가 실리면서 충분한 전기를 쓰지 못하고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 /스타캐처
최근에는 스타캐처처럼 지상 전송보다는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과 우주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은 지구에서 낮인 지역을 지나면서 태양빛으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전기 생산에 제약이 있고 점점 많은 장비가 실리면서 충분한 전기를 쓰지 못하고 수명이 줄어든다. 우주에서 전기를 공급하면 위성 가동 시간이 늘어나고 수명도 길어진다. 그만큼 우주 쓰레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진은 2023년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메이플(MAPLE)이라는 무선 전송 장치로 30㎝ 떨어진 수신기에 전송하고 다시 전기로 바꿔 발광다이오드(LED)를 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또 우주에서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칼텍 캠퍼스 연구실 지붕에 전기를 전송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주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지구로 보내는 능력을 입증한 것은 처음이다.
미 공군 연구소(AFRL)는 SSPIDR(우주 태양광 발전 증가 시연 및 연구)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 방산기업인 노스럽그루먼이 만든 샌드위치 타일을 우주에 올려보내 전기를 생산하고 전송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2년 지상에서 시연에 성공했고 우주에 실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연구소는 이와 별도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인공위성에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군집 위성을 구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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