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은 없고 추문만 남았다… 누굴 위한 폭로전인가 ©bnt뉴스
우리는 오늘도 김새론의 이름을 듣지만, 정작 김새론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녀의 부재 속에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를 진실공방만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소란은 이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추문들로 가득 차 버렸다.
어제(25일) 김새론의 전 남친이 언론 인터뷰에서 "김새론은 김수현 때문에 죽은 게 아니다"라며 지장까지 찍은 사실확인서를 공개했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새론이라는 한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일, 유족이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김수현과의 미성년 시절 교제설과 빚 독촉 내용증명 이야기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이라 여겼다.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변질되었다. 이제는 김새론의 사적인 연애사, 결혼, 자해 시도, 심지어 낙태 의혹까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고인의 삶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그 누구도 김새론에게 묻지 않는다. 그녀가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했을지. 그녀의 사생활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을 감내할 수 있었을지.
한쪽에서는 김새론의 유족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끝없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가세연은 김수현의 하의 실종 사진을 공개했고, 유튜버 이진호는 전 소속사 관계자와의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김새론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쳤다.
과연 이것이 고인이 바랐을 모습일까? 이 모든 폭로가 김새론의 명예를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김새론의 전 남친 K씨는 인터뷰에서 "새론이가 죽은 건 김수현 배우 때문이 아니란 걸 저는 알고 있다"며 "진실이 가려진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저는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김새론이 가족들의 무관심에 가장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김새론이 자해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가족들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든 아니든, 더 이상의 폭로는 고인의 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김새론이라는 한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대중의 흥미거리로 전락시킬 뿐이다.
이 논란은 김새론과 김수현을 넘어 연예계 전체로 확산되었다. MBC '굿데이'는 결방을 결정했고, 디즈니+ '넉오프'는 공개가 연기되었다. 지드래곤, 조보아 등 함께 작품을 만든 동료 연예인들도 피해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김새론이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소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망자는 침묵하기에, 그들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이 난무한다.
대중의 반응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초기에는 진실 규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만 좀 해라", "본질을 흐리지 마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사건의 본질은 가려지고, 자극적인 내용만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양새다.
김새론이 작성했다는 일기장 등 김수현과의 미성년자 시절 열애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새론의 사생활은 이미 낱낱이 파헤쳐졌고, 그 과정에서 김새론이라는 한 인간의 존엄성은 무참히 짓밟혔다.
김새론의 유족들, 김수현, 그리고 이 논란에 관여한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 모든 소란이 과연 김새론을 위한 것인지.
우리가 진정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은, 그녀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남긴 작품들과 긍정적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김새론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변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그녀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망자의 이름으로 시작된 논쟁이 망자를 더욱 깊은 상처로 몰아넣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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