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11~13세 1500명 조사
보유보다 활용 방법이 건강에 중요
스마트폰이 청소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예상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을 소유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고, 행복 지표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문제는 소셜미디어(SNS)였다. SNS를 사용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서는 부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통해 즐겁게 소통하는 아이들과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의 대비된 모습./챗GPT4o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USF) 연구진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과 그에 따른 행복도를 분석한 설문조사 결과를 2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라이프 인 미디어 서베이(Life in Media Survey)’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는 이날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이번 결과는 디지털 미디어가 청소년의 건강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첫 단계 연구에서 나왔다. USF 연구진은 시장조사 기관 해리스폴과 협력해 플로리다 지역의 11~13세 청소년 1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은 전 세계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23년 문진화 한양대 의대 교수진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중 하루 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85.7%에 달하며, 4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스마트폰 과다 사용의 위험이 제기되면서, 각국에서는 청소년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는 ‘디지털 쉼표’ 정책의 일환으로 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을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다른 내용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을 소유한 아이들이 거의 모든 행복 지표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또래보다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덜 나타났으며, 친구들과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향도 뚜렷했다.
반면, 소셜미디어에 자주 게시하는 행위는 여러 해로운 결과와 연관이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자주 게시하는 아동은 우울·불안 증상이나 수면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박민아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은 사회적 비교, 피드백 의존성 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우울감과 불안, 낮은 자존감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대중화된 2010년 이후 미국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급증했고, 이 시기 우울증과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윤리 연구기관인 포인터 연구소는 이번 연구에 대해 “부모는 어린 자녀가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를 제한하고, 온라인 집단 괴롭힘의 초기 징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Pixabay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 중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거나 침대에 둔 채 잠드는 습관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수면의 질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웬디 로테 USF 심리학과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마트폰의 소유 자체보다 스마트폰 사용 조절 능력이 아동의 삶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민아 교수도 “이번 조사는 스마트폰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소유의 여부보다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보다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스마트폰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살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티븐 송 USF 저널리즘과 교수는 “미디어 사용의 많은 문제와 이점은 시간이 지나며 축적된다”며 ”디지털 미디어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려면 장기 연구가 필수”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전국 규모의 25년 장기 추적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약 80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성장 과정과 성인기 건강 및 사회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6개월 단위로 조사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PLOS ONE(2023), DOI :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9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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