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반도체 관세 부과 시점 언급 안 해 
관세 정책으로 많은 회사 美로 이전
바이든 정부 반도체법에 "재앙"

4월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조만간 자동차, 의약품,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묶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 발표와 별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관세 부과가 미국 내 투자와 이전을 유도한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공격적인 관세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자동차(관세)에 대해서 매우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 "머지않은 어느 시점에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목재와 반도체에 대한 부문별 관세에 대해선 '향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으며 관세 부과 시점 등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만약 우리에게 전쟁 같은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철강, 의약품, 알루미늄 등이 많이 필요한데 우리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라면서 "그런데 우리는 이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먼 미래가 아니라 매우 가까운 미래에 이(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친구든 적이든 전세계의 모든 나라로부터 갈취당했다"면서 "우리는 누구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이용당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제품 부문별 관세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관세율로 25%를 제시한 바 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는 지난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애초 자동차 관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다음 달 2일 같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상호관세 발표 때 품목별 관세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보류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시 국가별로 관세율을 달리하는 개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며 적절한 합의 도출시 관세를 낮출 의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많은 기업들이 미국 이전·투자 계획 등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회사가 미국으로 오고 있다"라면서 " 우리는 아마도 4조달러 가치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이전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들 중 다수는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 달러(약 30조8490억 원) 규모의 투자 방침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은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통 큰 투자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관세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명확한 증거"라며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고 그 결과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시 상응해서 지원하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그것은 재앙"이라고 재차 비판하면서 "관세의 좋은 점은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혼다자동차의 대미 투자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기억하라. 여기서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발표 전 기업들의 대미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의미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가 수만명의 범죄자를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이 국가의 석유와 가스를 구입하는 모든 교역 상대방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이 관세 조치는 4월2일 미국 해방의 날에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일을 해방의 날이라고 선전하며 오랫동안 미국을 '속였다'고 비난해 온 무역파트너에 대한 보복으로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펼쳐왔다. 이 계획은 관세를 상당히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내부 논의에 정통한 사람들은 다음주에 보다 타겟팅된 관세 패키지가 시행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국 관세의 표적이 된 국가들은 관세 면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서둘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 무역책임자 마로스 세프코비치는 25일에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 인도 정부도 미국 대표단과 예정된 회담에서 관세 면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