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요약
유럽 최초 스튜디오이자 대륙에서 가장 큰 스튜디오인 '씨네시타'에서 촬영
씨네시타 스튜디오에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 성녀 마르타의 집 등 직접 지어
"빛과 어둠, 남성과 여성, 전통과 현대의 균형 구상"
외화 '콘클라베' 프로덕션 스틸. ㈜디스테이션 제공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 라틴어 '콘 클라비스'(Con clavis)에서 유래한 '콘클라베'(CONCLAVE).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로, 교황 선종 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이 소집되어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를 이른다.
선거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성당은 선거 동안 폐쇄되며, 추기경단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은밀한 세계 뒤에 감춰진 다툼과 음모, 배신을 파헤친 영화 '콘클라베'(감독 에드워드 버거)가 촬영된 장소는 진짜 바티칸이 아니다. 영화는 유럽 최초의 스튜디오이자 대륙에서 가장 큰 스튜디오인 '씨네시타'에서 촬영됐다.
실제로 원작자인 로버트 해리스 작가는 콘클라베 절차가 명시되어 있는 바티칸 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물론 바티칸 국무원장과 소통하며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이 머무는 성녀 마르타의 집, 투표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예배당 등의 구체적인 장소를 직접 방문하며 소설을 구체화했다.
그런 만큼 영화 역시 시스티나 예배당 등 영화 속 장소들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콘클라베' 팀은 페데리코 펠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20세기 거장 감독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씨네시타 스튜디오에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과 성녀 마르타의 집을 지었다.
외화 '콘클라베' 프로덕션 스틸. ㈜디스테이션 제공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바티칸의 닫힌 문 뒤편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세트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에 연구와 상상력, 독창성이 필요했다.
버거 감독은 "고대 건축, 역사적 건축, 현대 건축이 공존한다. 교회 건축물만 보이는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이런 대조를 찾는 게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수지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지 데이비스는 '미스터 터너' '주키퍼스 와이프' '체실 비치에서' 등을 담당한 바 있다.
수지 데이비스는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빛과 어둠, 남성과 여성,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구상했다"라며 "로마와 바티칸은 아름답고 전통적이며 화려한 금박 장식을 한 고대 도시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이탈리아 파시스트 시대의 매우 대칭적이고 날카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 그런 대조가 시각적으로 매혹적인 지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지 데이비스는 로마와 씨네시타의 역사적인 장소를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콘클라베'만의 역사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
외화 '콘클라베' 프로덕션 스틸. ㈜디스테이션 제공
예로, 15세기 여름 비오 4세 교황의 거주지에 만들어진 '거북이 분수대'에서 영감을 받아 수십 마리의 느리게 움직이는 파충류가 서식하는 풀장을 만들었다.
구약과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거북이는 기독교의 덕목을 상징한다. 거북이의 끊임없는 걸음은 하나님의 지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인내심을, 껍질은 하나님의 안식처를, 장수는 영적 성장의 영원한 본성을 반영한 것이다.
배역의 의상 역시 무한한 상상력과 영화 고유의 독창성이 적용됐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서 의상을 디자인한 리시 크리스틀은 로마의 의상 대여소에서 의상을 대여하는 대신, 바느질 하나하나 꼼꼼하게 수작업하며 새로운 의상을 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캐릭터가 동일한 의복을 입고 있는 영화에서 십자가, 반지, 신발, 외투 등 액세서리의 디테일을 통해 캐릭터를 차별화했다.
이에 대해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테데스코라는 인물은 멋지게 사는 것을 즐기는 과시적인 남성으로 화려한 액세서리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했다"라며 "겸손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선호하는 로렌스와는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성직복을 착용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외화 '콘클라베' 프로덕션 스틸. ㈜디스테이션 제공
이처럼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시각적으로 교회를 배경으로 촬영된 다른 영화와는 다른 '콘클라베'만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은 영화만의 고유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디테일은 편집에서 역시 빛을 발한다. 사흘간 6번에 걸쳐 진행되는 투표 장면에서는 추기경들이 각자 이름을 쓰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스토리보드와 사전 시각화를 통해 각 시퀀스를 다르게 만들고자 한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편집실에서 몇 달을 보내며 장면마다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그는 "액션을 멈추는 대신 영화를 진행했다. 카메라, 사운드, 의상, 세트 디자인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시청각적으로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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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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