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
중등부에서 실업까지 투혼24일 전남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39회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 대회에서 오케이(OK)읏맨 럭비단과 포스코이앤씨의 일반부 리그전이 펼쳐지고 있다.
“ 달려” “일어나” “가자”….
연초에 방영됐던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최강럭비’가 따로 없다. ‘죽거나, 승리하거나’라는 말처럼 선수들의 투혼에는 주저함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멀리 떨어진 스탠드에서도 ‘퍽’ ‘퍽’ 거구들이 정면 충돌하는 파열음이 들린다. 승리의 질주 외에 삿된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24일 전라남도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39회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대회(18~29일) 현장은 불꽃 튀는 선수들의 싸움으로 뜨거웠다. 15살 이하 중등부, 18살 이하 고등부, 대학부, 일반 실업팀들이 참가하는 충무기 선수권은 한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대회. 하루에 부문별로 여러 경기가 열린다.
오후 1시에 열린 중등부 양정중-천안부성중의 2그룹 예선 경기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선수들의 체격 때문이다. 중학교 선수들이지만 덩치는 성인들 못지않았다. 공을 갖고 움직이는 날렵한 모습에서 그들의 운동량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에서 진도까지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학부모는 “아들이 럭비를 너무 좋아한다. 다치는 것이 두렵고 걱정돼도, 아들이 좋아하기에 응원하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천안부성중의 19-17 승리. 또 다른 양정중 학부모는 “연속 패배로 4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크게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24일 전남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39회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 대회에서 오케이(OK)읏맨 럭비단과 포스코이앤씨의 일반부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럭비국가대표팀의 감독을 역임했던 찰리 로우 연세대 객원 코치도 현장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는 “기본적으로 패스와 캐치가 잘 안 된다. 경기의 흐름도 너무 자주 끊긴다”며 짧게 평가했다.
전국에 실업팀이 5개, 대학팀이 10개에 불과한 한국 럭비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달리 저변이 열악하다. 고교 17개 팀, 중등부 20개 팀을 합쳐 등록선수는 970명으로 1000명이 안 된다. 15인제, 7인제 대표팀을 따로 구성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대표팀에서도 기본기 훈련을 “매일” 할 수밖에 없다.
중등부에 이어 열린 일반부의 오케이(OK)읏맨 럭비단과 포스코이앤씨의 경기는 확실히 달랐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5명 보유 3명 출전)가 올 시즌 본격화되면서 오케이 읏맨 럭비단에는 짐바브웨 국가대표 출신 2명과 호주, 재일동포 선수가 한팀으로 뛰었다.
외국인 선수는 피지컬이 월등한 데다 유연성과 스피드를 갖추고 있어, 이들이 발 빠른 국내 선수와 함께 마치 탱크처럼 질주하거나 돌파를 할 때는 그 호쾌함과 박진감에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넷플릭스의 ‘최강럭비’를 보면, “죽여버려”라는 대목이 나온다. 해설진은 “최강의 스포츠”라는 평가를 한다. 경기가 끝나면 ‘노 사이드’(어느 편도 없다) 선언으로 모두 동료가 되지만, 경기 중에는 목숨을 걸고 싸운다. 스크럼을 버티는 그들의 허벅지에는 힘줄이 튕겨 나올 듯 불거진다. 공중에서 충돌하면 달리는 속력까지 더해져 충격이 크지만, 고통을 참고 다시 일어나 뛴다.
이날 오케이읏맨 럭비단과 포스코이앤씨의 경기는 포스코이앤씨의 29-15, 승리로 끝났다. 선수단은 양쪽 벤치로 가서 인사하고, 서로 격려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오케이읏맨 럭비선수단의 외국인 선수인 짐바브웨 국가대표 브랜든 무드제케니에디. 그는 심판이 과도하게 휘슬을 불어 경기 진행을 할 수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케이읏맨 럭비단의 짐바브웨 국가대표 브랜든 무드제케니에디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 페널티 반칙 20개를 불었다. 이렇게 하면 경기를 할 수 없다. 지난주 경기 때도 그랬다”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29일 현대글로비스와 마지막 경기를 위해 그는 씩씩하게 발길을 돌렸다.
오영길 오케이읏맨 럭비단 감독은 “단단하게 준비를 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주었다. 하지만 트라이 존 앞에서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는 성장 과정에 있다. 다음 경기에 잘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