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구조로 헤파 필터보다 비용 낮춰
2400시간 시험서 성능 비슷하게 나와
리차드 코르시(Richard Corsi)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공대 학장이 자신이 만든 저렴한 DIY 공기 필터 'CR 박스'를 시연하고 있다./Molly Bechtel
국내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불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명, 재산 피해를 부르는 동시에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매년 초대형 산불을 겪는 미국은 연간 평균 미세먼지 오염이 최근 몇 년 간 30~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학자들이 산불로 발생한 오염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저렴한 실내 공기청정기를 개발했다. 기존 공기청정기에 주로 쓰던 고성능 헤파(HEPA) 필터를 사용한 것보다 비용은 최대 8분의 1로 낮추고, 오염 물질 제거 효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리차드 코르시(Richard Corsi)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공대 학장은 24일 미국화학회(ACS) 춘계학술대회에서 ‘DIY(Do It Yourself·자가제작) 공기 필터’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코르시 교수는 자신과 공동 개발자인 짐 로젠탈(Jim Rosenthal) 연구원의 이름을 따서 공기 필터에 ‘CR(Corsi-Rosenthal) 박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CR 박스는 난방이나 환기, 공기 청정 시스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기 필터 4개와 종이 박스, 공기를 흡입해 천장 쪽으로 보내는 환풍기로 구성된다. 구성 요소가 단순해 제작 비용이 기존 상업용 헤파 필터 공기청정기의 3분의 1에서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이 CR 박스를 만든 건 최근 산불이 급증하면서 실내 공기 질까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는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면서 집이나 학교, 사무실로 침투한다. 이런 공기 오염 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인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연구진은 CR 박스를 UC데이비스 캠퍼스 내 4곳에 설치해 내구성과 성능을 시험했다. 2500시간 동안 CR 박스를 작동했는데, 대략 두 학기에 맞먹는 시간이다. CR 박스는 헤파 필터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다. 0.35~1㎛(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는 더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일반적으로 산불에서 발생하는 연기 입자는 1㎛보다 작고, 먼지나 꽃가루는 0.5~3㎛ 크기다.
CR 박스는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 오염 물질뿐 아니라 실내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배출되는 입자도 제거했다. CR 박스가 사람들과 1m 정도 거리 안에만 있으면 충분히 공기 필터 장치가 작동했다.
연구진은 기존 상업용 공기청정기에 비해 큰 소음을 줄이고, 오존이나 스모그 같은 다른 공기 오염 물질도 제거할 수 있도록 CR 박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코르시 교수는 “CR 박스와 관련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CR 박스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이나 가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드는 만족감을 얻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CS(2025), https://acs.digitellinc.com/p/s/evidence-based-performance-assessment-of-cost-accessible-open-source-air-cleaners-625316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