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 엔진 연소시험 수행
안정성·기동성·문제 대응력 입증
자동화·데이터 분석·로봇…
제조·테스트 현장 AI 역할 커져
앤드류 엘리스 로크웰 부사장이 지난달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크웰 제공
글로벌 산업 자동화 기업 로크웰오토메이션(로크웰)은 2012년부터 10년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손잡고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로크웰은 로켓 엔진 시험 시설(RETF) 개발과 테스트의 핵심인 연소기·터보펌프, 3단 엔진, 지상·고공 연소, 추진시스템 시험 설비 구축에 파트너로 참여해 제어 시스템 설계, 데이터 분석에서 기술력을 뽐냈다.
앤드류 엘리스 로크웰 부사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단 엔진 연소 시험을 100회 이상 수행하며 안정성, 기동성, 문제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며 “로크웰이 한국의 우주 산업에도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누리호 성과를 강조하며 한국에 친근감을 드러낸 엘리스 부사장은 이번이 첫 방한이다. 북미를 넘어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로크웰은 한국을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다. 엘리스 부사장은 “테크 강국인 한국은 로크웰의 솔루션 확장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로크웰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로크웰은 1903년 처음 설립됐다. 과거 산업화 시절에는 기계 제어와 부품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을 거쳐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마트 제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엘리스 부사장은 “ERP(전사적 자원 관리)이나 MES(제조실행시스템)는 물론 산업 자동화, 데이터 분석, 자율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항우연을 비롯해 국내 중견 제약사 동아ST, 글로벌 식음료 기업 네슬레, 생활용품 기업 P&G 등이 로크웰의 고객사다.
로크웰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머신러닝을 통해 공장 내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공정 최적화 솔루션 마련에 역량을 쏟고 있다. 엘리스 부사장은 “고객사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향후 12개월 내 AI를 도입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있는 곳이 무려 85%에 달했다”며 “제조 및 테스트 현장에서도 AI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려는 이유로 엘리스 부사장은 노동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만 올해 270만명이 퇴직할 예정이어서 일자리 공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며 “인력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270만명이 가진 제조 노하우가 소실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로크웰은 제조 노하우의 전수와 보급을 위해 AI 기반의 자율 제조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엘리스 부사장은 로크웰의 최대 강점으로 자율이동로봇(AMR)을 꼽았다. 공정 효율성을 위해 스마트 제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동형 로봇’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물류 로봇은 무인이송로봇(AGV)과 AMR로 구분한다”며 “AGV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만 움직이지만, AI를 탑재한 AMR은 스스로 경로를 정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 확장성에서 더 큰 우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AMR은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산 공장뿐 아니라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리서치앤드마켓은 AMR 시장 규모가 2022년 30억8000만 달러에서 2030년 106억6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엘리스 부사장은 스마트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보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로크웰은 보안 전문 기업 ‘버브’를 인수하고 보안 솔루션을 강화했다. 그는 “로크웰의 보안 전략은 국제 표준인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식별, 보호, 탐지, 대응, 복구의 5단계로 구성된다”며 “고객사가 안전하게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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