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오존 발생 최소화한 무필터 초미세먼지 제거 기술 개발
대전 시내 지하철역 실증 완료…제작비도 30% ↓
초등학교·백화점 등 대형밀집시설 실증 中
연구책임자인 김학준 기계연 책임연구원이 24일 서대전네거리역 역사 지하에 설치된 전기집진 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국내 연구팀이 지하철, 학교, 백화점 등 수많은 인구가 밀집되는 공공시설에서 초미세먼지를 70% 이상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실증에 성공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김학준 친환경에너지연구본부 도시환경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정전기력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무필터 공기정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공기정화 시스템의 특징은 지하철 터널 등 대형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터 방식 공기청정기는 필터 교체 비용이 별도로 발생하는 데다 필터가 막힐 경우 공기 흐름도 막힌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극세사 방전극과 비금속 탄소판으로 만든 모듈에 낮은 전류를 흘려보내 공기이온을 만드는 방식으로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모듈을 타고 지하철 역사 내부로 퍼진 전류가 공기와 만나면 공기 분자가 이온화된다. 이온화된 공기는 공간을 떠다니던 초미세먼지와 붙어 초미세먼지가 정전기를 띠게 만들고, 이를 통해 초미세먼지가 정전기를 끌어당기는 공기청정기의 집진부로 포집되게 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2021년 11월부터 대전 서대전네거리역, 오룡역, 용문역 3개 역사에 해당 시스템을 설치해 성능을 실증했다. 해당 지하철역에는 유지보수 문제 등으로 미세먼지 저감 장치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전교통공사가 먼저 연구팀에 비용·환경친화적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개발해달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책임자인 김학준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24일 서대전역네거리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지하철 터널용 공기정화 시스템을 설치한 결과, 지하철 터널 내부에서 발생해 외부로 유출되는초미세먼지의 농도(터널 배출 저감 효율)는 기존 대비 73%, 터널 내부의 초미세먼지의 농도(터널 내부 저감 효율)는 22% 줄었다"고 밝혔다. 당초 목표치였던 터널 배출 저감 효율 50%, 터널 내부 저감 효율 15%를 초과 달성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는 (실증을 진행한) 3개 역사에서만 측정한 수치로 공기 정화 시스템을 전체 역사로 확대할 경우 총 저감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대전역네거리역에 설치된 공기정화 시스템을 가동하자 약 2분만에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46μg/cm3)' 수준에서 '좋음'(2μg/cm3)'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박건희 기자
경제적 효율성도 달성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지하철 터널용으로 개발한 공기정화 시스템의 경우 별도의 공기 순환 설비를 구축하지 않아도 돼 총 제작 비용을 기존 대비 30% 이상 줄였다"고 설명했다. 연간 유지 보수 비용도 기존 9400만원 선에서 1400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국 1093개 역사 2개 터널 환기구에 해당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매년 75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온 발생식 공기청정기는 인체에 유해한 오존을 배출한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연구팀은 "시스템은 낮은 전류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오존 농도가 일반 대기의 10분의 1 수준인 5ppm 이하"라고 설명했다.
기계연은 "지하철 역사 외에도 부산광역시 초등학교, 경기도 A 대형백화점 공조기에서도 실증 시험을 완료했다"며 "공공시설에서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기존 정전기 방식의 한계로 실내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오존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유일한 기술"이라며 "초기 도입 후 약 3년 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KC코트렐, 와이티시스템, 세기 등 중소기업으로 기술이전됐다. 앞으로 혁신제품지정, 전기용품안전 KC 인증 및 공기청정기 단체품질 CA 인증을 거칠 계획이다.
한편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초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과기정통부 공공 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실증에 나섰다.
대전=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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