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3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 이해상충 해소 방안’을 주제로 제3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들은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제3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 출처=IT동아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류경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해상충 규제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류경은 교수는 “거래소 이해상충 문제는 거래 중개 플랫폼, 상장, 예탁, 매매, 결제 등 여러 기능이 거래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라며 “가상자산 이용자 피해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류경은 교수는 이와 함께 5가지 규제 방안을 제안했다. 첫째는 가상자산업을 제대로 분류하고 겸업을 제한하는 것이다. 류경은 교수는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특성을 반영한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3단계 업 분류를 제안했다. ▲거래 플랫폼 운영 등 가상자산 거래와 직접 관련된 업 ▲위탁보관관리업, 중개업 등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되나 구분이 되는 업 ▲자문, 일임, 평가 등 이용자 투자 판단 관련 업 등이다. 이를 통해 이해상충 정도가 큰 업부터 겸업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진입 규제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 진입 규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아닌 ‘특정 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기능별 분류 없이 모든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위한 조치일 뿐 시장 건전성 확보와 관련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류경은 교수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진입 규제를 가상자산 기본법으로 이관하고 업 분류에 맞춰 차등 적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이해상충 규제 방안을 제안한 류경은 교수 / 출처=IT동아
세 번째는 보관 자산 규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을 별도의 관리기관에 보관하도록 규정하지 않는다. 거래소의 임직원 횡령, 배임, 파산,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 자산 보호가 어렵다. 류경은 교수는 “가상자산을 제3자에게 위탁하고 일본처럼 이행보증가상자산보관 의무화 및 분별관리감사를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상자산 분실 시 거래소에 대한 책임을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 번째는 상장 관련 규제다. 류경은 교수는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거래소나 자율규제 기구에 권한을 부여해 구체적인 상장 기준을 마련하고 부실 상장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규제 방안은 이상거래 감시 관련 규제로, 류경은 교수는 “이미 여러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라며 “각종 행정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해킹, 분실 등을 방어할 시스템 확보 의무를 진입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제 발표를 진행한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상자산 서비스의 이해상충과 글로벌 규제 동향’을 주제로 글로벌 거래소 이해상충에 대한 주요 쟁점 6가지를 설명했다.
첫째는 수탁과 거래 기능 병행이다. 기존의 거래소는 고객 자산을 보관하면서 임의로 운용하기도 한다. 이는 고객 자산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에 각국은 고객 자산 분리를 의무화하거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둘째는 거래소 시장 조성 및 자체 거래다. 거래소가 직접 주문을 내거나 시장 유동성 공급 역할을 겸하면 고객보다 유리한 정보로 거래할 위험이 있다. 이에 홍콩은 라이선스 거래소의 자체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거래소가 스스로 거래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글로벌 거래소 이해상충 주요 쟁점을 발표한 권오훈 변호사 / 출처=IT동아
셋째는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을 자사 플랫폼에 상장 및 홍보하는 행위다. 거래소가 특정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을 유도할 수 있고, 고객은 해당 가상자산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 이에 EU는 가상자산 발행을 허락하는 대신 상장 및 홍보 시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정했다. 홍콩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매 투자자 대상 판매를 제한한다.
넷째는 계열사 간 거래다. 다수의 업체가 동일 오너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계열사 편의 봐주기, 내부자금 도용 등의 위험 요소가 있다. 이에 EU는 공시 의무, 내부통제, 감사 제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 및 홍콩은 사업자 인가 심사 시 그룹 구조, 자금흐름을 소명하도록 한다.
다섯째는 내부자 거래 및 데이터 남용이다. 내부 직원이 신규 상장 정보나 대규모 매매 정보를 미리 알고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사기 및 시장 조작으로 간주한다. 영국, EU도 전통 금융의 불공정거래를 적용해 처벌한다.
여섯째는 고객 자산 미분리 및 부실 보관이다. 거래소 자금과 고개 자산을 분리하지 않아 파산 시 우선 변제가 어렵다. 또한 유동성 위기 발생 시 고객 동의 없이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일본은 자산의 95%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고 신탁 은행에 예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고객 자산을 별도 신탁 계정에 보관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권오훈 변호사는 미국, 일본, EU, 홍콩, 싱가포르의 가상자산 규제를 소개하며 “고객자산 분리 보관에 대한 규제는 엄격해지고, 내부자 거래 및 시세 조작, 계열사 간 자금 유용 금지 등의 규제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며 “엄격한 공시, 내부 통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별 규제 차이가 있지만 그 간극은 줄어들고 있으며, 전통 금융 수준의 투명성과 신뢰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 / 출처=IT동아
패널 토론으로 참여한 정석문 프레스토리서치 센터장은 “전통 금융 시장을 보면 공시, 내부 통제 및 감사를 통해 이해상충을 해소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위험 요소는 투자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한다”라며 “규제의 목적은 공정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과장은 “시장 자율 공시를 통한 규제라는 기본 방향에 공감한다”라며 “그 외에 오늘 언급된 내용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논의할 때 참고하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2단계 입법의 경우 글로벌 적합성을 염두에 두고 효율성, 이용자 보호 등 여러 측면의 균형을 고려하면서 논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이 참여해 개최사 및 축사를 전했다. 각 위원은 거래소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강화하는 실효성 있는 기본법 제정으로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참석자 / 출처=IT동아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로 제한되고 거래소에 권한이 집중된 기형적 구조”라며 “거래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함으로써 안정적인 시장이 조성되도록 가상자산 규제에 속도를 내겠다”라고 전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법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여러 측면을 고려해 조화롭고 유용하면서 가상자산 생태계 활력을 높이는 법률이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가상자산은 새로운 흐름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잡아두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은 위축된다”라며 “다양한 가상자산 사업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방향과 속도 모두 중요하다”라며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거래소는 투명한 운영, 엄격한 내부 통제 및 감시 체계 구축, 법규 준수 및 윤리적 경영 등을 통해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오늘 살펴본 해외 거래소 이해상충 방안을 기반으로 학계, 정부, 산업의 다양한 관점이 모여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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