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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을 뇌에 이식받은 첫 환자가 ‘생각만으로’ 체스 게임을 능숙하게 다루며 로봇 조작 등도 희망하고 있다.
영국 BBC는 23일(현지 시간) 뉴럴링크의 첫 시술 대상자인 놀런드 아보 씨의 수술 1년 후 근황을 소개했다. 아보 씨는 “나는 사고 이후 포기해야 했던 게임을 하면서 성장했다“며 ”이제는 게임으로 친구들을 꺾기도 한다. 불가능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장치를 통해 휠체어나 휴머노이드 로봇까지도 조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보 씨는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 모든 신체가 마비된 지 8년 만인 2024년 1월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텔레파시’를 뇌에 이식받았다. 뉴럴링크의 첫 번째 뇌 임플란트 사례였다.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 임플란트 기술은 전극을 통해 뇌의 신호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칩에 있는 총 1024개의 전극이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인식해 뉴럴링크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한다. 뉴럴링크의 애플리케이션은 이 신호를 분석해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거나 클릭을 하는 등의 동작으로 변환한다. BCI 장치인 텔레파시를 통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아보 씨는 수술을 전후로 대화를 나눈 머스크에 대해 “나만큼이나 기뻐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머스크 CEO와 함께 팟캐스트에 출연해 “임플란트를 이식하기 전에는 입에 막대기를 물고 태블릿 기기 화면을 두드려 컴퓨터를 사용했다”며 “지금은 생각만으로 기기가 그 일을 실현시켜 주기 때문에 간병인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다”고 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3월 아보 씨가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과 온라인 체스를 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뇌 임플란트가) 사람들에게 초능력을 줄 수 있다”고 농담하며 향후 사지 마비 환자뿐 아니라 뇌의 문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일부 실명 환자들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뇌임플란트 기술이 인간의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섹스대 신경과학 교수인 애닐 세스는 BBC에 “두뇌의 활동을 추출한다는 것은 우리의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 믿음, 감정 등 머릿 속의 내용까지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라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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