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홍콩에서 열린 공연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해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뉴진스(뉴스엔DB)
K팝을 저격하는 듯한 외신 인터뷰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뉴진스(어도어)
[뉴스엔 김범석 기자]
뉴진스가 최근 미국 시사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왜 부조리한 K팝 시스템과 싸우게 만드냐는 힐난이자 항변인데 혐한 발언 아니냐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들이 굳이 혁명가(revolutionaries)란 센 단어를 사용한 건 ‘이걸 헤드라인으로 다뤄달라’는 메시지이자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외신 인터뷰를 놓고 버니즈 내에서조차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팬은 “계약 위반과 해지를 놓고 방시혁, 어도어와 다투고 있는 건데 왜 상대를 K팝 시장으로 넓혀 전선을 확대하는지 모르겠다. 전혀 유리해 보이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여론마저 곱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뉴진스는 23일 홍콩 공연에서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뉴진스가 타임과 인터뷰한 건 하루 전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실망감과 자신들의 결속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멤버들은 이 인터뷰에서 “법원 판단에 실망했다. K팝 산업이 하룻밤에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겪은 일과 비교하면 이는 우리 여정의 또 다른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전 서울지법 앞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걸 뒤집은 것이다.
이를 놓고 K팝에 꿀을 빨 때는 언제이고 소속사와 분쟁을 겪자 K팝 시스템을 비난하는 건 선택적 정의, 이중잣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2월부터 CNN 등 외신을 소통 창구로 이용하는 것도 빈축을 사는 대목. 아무래도 대형 기획사 하이브를 의식해야 하는 국내 언론보다 해외 매체를 스피커로 삼겠다는 건 이해가 가나 K팝을 저격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경우 상당한 반감을 불러오게 돼 있다. 외신을 활용한 여론 선전전은 군부 독재 시절 같은 억압 상황에서나 효과가 있을 뿐이다.
그럼 뉴진스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첫 사법부 결정에서 가처분 인용이 난 만큼 꽃길보단 자갈길을 걷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본안 소송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독자 활동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송은 소송대로 하되 지금보다 여론전에 화력을 집중할 걸로 예상된다. (이들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 법원이 어도어 손을 들어줄 경우를 대비해 명분을 잘 쌓아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복적으로 ‘가치, 인권’을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도어는 여전히 뉴진스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돕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외견상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실상은 자존심이 상해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이번 홍콩 공연에 출장 간 어도어 임직원들은 멤버들을 만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가 향후 자신들의 새 활동명 NJZ를 계속 밀어붙일지도 관심사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NJZ로 활동해 버는 수익은 고스란히 어도어 위약금으로 잡히게 된다.
당장은 힘겨루기가 계속되겠지만 어쩌면 몇 달 후 ‘어도어, 뉴진스 극적 타결’ 같은 깜짝 뉴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려면 어도어는 뉴진스에게 보란 듯 큼지막한 웰컴백 선물을 안겨줘야 할 텐데 하이브 주주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사다.
가처분 인용 결정은 웬만하면 뒤집기 어렵다는 게 법조인들 시각. 그래서 당분간 NJZ와 수익 활동을 하려는 기업, 공연 움직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행복한 고민일 것도 같다. 돈을 엄청 많이 벌 것 같은데 자칫 남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여기서 ‘고, 스톱’을 잘 결정해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건 양쪽 모두 손해. 사다리를 걷어차고 기분 상해죄란 말이 나올 만큼 다툼의 명분이 약해 팬덤이 흔들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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