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연구자들, 지난해 말 논문 공개
스페이스X의 ‘팰컨9’ 1단이 해상 바지선에 착륙하는 모습.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한다. 스페이스X 제공
국내 우주기업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소형 재사용발사체'가 '소형 소모성발사체'보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우주기업들은 개발 중인 재사용발사체의 목표 체급을 키우는 방향으로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이금오·김현준·임병직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2024년도 한국추진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소형 재사용발사체의 경제성을 분석한 '뉴스페이스 소형 발사체와 소형 재사용 발사체의 경제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페이스X의 대표적인 재사용 중형발사체인 팰컨9의 구조를 분석하고, 팰컨9를 쏘아올렸을 때와 '팰컨9형 소형 재사용발사체'를 한국에서 쏘아올렸을 때 드는 비용을 비교했다.
● 소형 재사용발사체 경제성 떨어져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은 1단에 추력 35~93톤(t)급 엔진 9개와 2단에 유사한 엔진 1개가 장착된 2단 재사용발사체로 1단만 재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기업 대부분은 3t급 엔진 9개, 25t급 엔진 1개처럼 추력이 낮은 소형 발사체를 재사용발사체로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팰컨9의 1단 로켓은 안정적인 회수를 위해 무게 140kg의 격자형 날개인 '그리드핀'과 탄소 섬유로 이뤄진 무게 2000kg의 '착륙용 다리'가 장착돼 있다. 그리드핀은 로켓이 지상 또는 해상으로 귀환할 때 로켓의 방향을 조정해주고 착륙용 다리는 안전한 착륙을 돕는다. 탱크는 탄소 복합재로 이뤄져 경량화했다. 이 같은 팰컨9의 구조는 전 세계가 참고하는 재사용발사체의 교본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분석한 '팰컨9형 재사용발사체'를 1단 재사용이 가능하고 1단 엔진 9기, 2단 엔진 1기, 그리드핀, 착륙용 다리, 탄소 복합재 탱크 등 팰컨9의 특징과 구조를 탑재한 발사체로 정의했다. 단 팰컨9와 달리 메탄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장착을 가정했다. 팰컨9은 케로신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개방형 사이클 엔진'을 사용한다.
연구팀은 민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은 터보 펌프가 작동할 때 나오는 배기가스를 다시 연소기에 넣어 재활용할 수 있는 엔진이다. 개방형 사이클 엔진은 배기가스를 터빈을 돌려 배기구를 통해 밖으로 보내는 엔진이다.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은 버려지는 가스를 다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개방형 사이클 엔진보다 효율성이 약 10%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메탄은 국내 대부분 우주항공기업에서 개발하는 재사용발사체의 연료다.
연구팀은 발사체의 구조비와 엔진의 비추력, 낙하점 등을 고려해 경제성을 계산했다. 구조비란 발사체 구조물 무게를 발사체와 추진제 무게로 나눈 값으로 발사체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구조비가 낮을수록 발사체 성능이 좋다.
연구팀은 엔진 추력을 35t, 25t, 20t, 15t, 10t으로 나눠 한국에서 몇 번 발사했을 때 소모성 발사에 비해 재사용 발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15t은 무려 51번, 20t은 11번, 25t은 7번, 35t은 5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팰컨9처럼 소모성 발사에 비해 35%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 수치와 소모성 발사와 비교한 재사용 탑재체 중량비를 비교해 계산한 결과다. 심지어 10t 엔진은 탑재체 중량이 소모성에 비해 28.3% 밖에 되지 않아 재사용 비용 비율인 35%에 미치지 못해 재사용발사체가 소모성발사체에 비해 경제적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이금오 책임연구원은 "재사용발사체의 소모성과 비교한 탑재체 중량비가 재사용 발사비인 35%에 비해 낮으면 소모성 발사체에 비해 재사용 발사체 경제성이 1000번, 10000번을 쏘더라도 경제성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다수의 우주항공기업은 10t급 팰컨9형 소형발사체보다 추력이 낮은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 추력 낮을수록 구조비 커져
이처럼 소형 발사체의 경우 재사용발사체가 소모성발사체에 비해 경제성이 낮은 이유는 엔진의 추력이 낮아질수록 구조비가 커지기 때문에 투입할 수 있는 탑재체 중량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어떤 지역에서든지 소형 재사용발사체를 쏘아올리면 경제성을 높이기 쉽지 않아 소형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는 기업과 국가는 거의 없다"라면서 "중형 이상 재사용발사체부터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팰컨9형 소형 재사용발사체를 발사했을 때 1단을 회수할 수 있는 위치를 표시한 이미지. 논문 캡처
특히 한국에서 발사하는 소형 재사용발사체는 더 비효율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자전을 '부스터'로 활용할 수 있는 동쪽으로 일본 열도가 가로막고 있고 남쪽으로는 오키나와와 많은 섬들이 있어 이 지역을 피해 1단 로켓을 떨어뜨려야 한다.
연구팀은 "오키나와와 필리핀의 공해상에 안전하게 1단을 떨어뜨려 회수하려면 미국에서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것보다 한국에서는 추가적인 속도 증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료가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우주항공 업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우주항공 기업이 논문의 결과에 따라 재사용발사체의 목표 체급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우주항공학과 대학 교수는 "소형 재사용발사체의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이 목표를 설정해야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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