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급 전설 조지 포먼, 76세로 별세
‘펀치 강도’ 1위 선정… 타이슨 7위
데뷔후 40연승 달리며 통산 76승
첫 패 안긴 알리와 재대결 못치러조지 포먼(왼쪽)이 1994년 마이클 무어러와의 챔피언 매치에서 왼손 펀치를 얼굴에 적중시키고 있다. 당시 45세의 나이였던 포먼은 10라운드에 KO승을 거두며 최고령 헤비급 복싱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이날 그는 20년 전 무하마드 알리와의 ‘정글의 대소동’ 경기 때와 같은 빨간색 트렁크를 입었다. AP 뉴시스역사상 가장 강력한 펀치를 지닌 선수로 평가받는 ‘전설적인 복서’ 조지 포먼(미국)이 별세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22일 역대 헤비급 최고령 챔피언이자 ‘KO 머신’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먼이 세상을 떠났다고 일제히 전했다. 향년 76세.
포먼의 유족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포먼이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음을 알린다”며 “독실한 전도사이자 헌신적인 남편, 사랑하는 아버지,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이자 증조할아버지였던 포먼은 변함없는 믿음과 겸손, 목적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포먼은 1969년 프로 데뷔 후 1997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76승(68KO승) 5패를 기록했다. 포먼은 191cm의 큰 키와 100kg의 몸집 등 탁월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한 강펀치가 주 무기였다. 강펀치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남자 복싱 헤비급 결승에서 소련의 요나스 체풀리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는 ‘빅 조지’란 별명이 붙었다.포먼(오른쪽)이 1974년 알리를 상대로 경기하는 모습. AP 뉴시스이듬해인 1969년 프로 데뷔를 한 포먼은 1973년 당시 무패의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던 조 프레이저를 상대로 TKO 승리를 따내는 등 40연승을 달렸다. 이 중 37번이 KO 승리였다.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는 복싱 전문가들을 인용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펀치를 지닌 선수 1위로 포먼을 꼽았다. ‘핵주먹’으로 유명한 마이크 타이슨이 이 부문 7위다. 무패 행진을 이어 가던 ‘빅 조지’에게 첫 패배를 안긴 선수는 무하마드 알리다. 복싱계에서 ‘정글의 대소동(Rumble in the Jungle)’이라 불리는 두 선수의 대결은 1974년 10월 30일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열렸다. 당시 알리는 32세로 전성기가 지난 선수였고, 포먼은 25세의 ‘신성’이었다. 하지만 알리의 노련한 경기 운영 속에 포먼은 8라운드에서 불의의 KO패를 당했다. 포먼은 이후 줄기차게 알리와의 재대결을 추진했지만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알리는 2016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포먼의 인생은 1977년 지미 영에게 판정패를 당한 후 완전히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판정패를 당한 포먼은 라커룸에서 쓰러져 임사 체험을 한 뒤 링을 떠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돼 한동안 목회자의 삶을 살던 그는 38세이던 1987년 깜짝 복귀를 선언했다. 10년 만의 복귀 이유는 자신이 설립한 청소년 센터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예전에 비해 배가 나오고 몸은 둔해졌지만 펀치만은 여전했다. 1991년 대결에서 포먼에게 12회 판정승을 거둔 전 헤비급 세계챔피언 이밴더 홀리필드는 “내가 맞아본 펀치 중에 가장 아팠다. 한 대 맞았을 때 이 전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포먼은 바로 그 강펀치를 앞세워 45세이던 1994년 자신보다 19세 어린 마이클 무어러를 꺾으며 최고령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종전 기록이던 저지 조 월컷의 37세보다 8세 많은 나이였고, 챔피언과 도전자의 나이 차가 가장 큰 기록이었다. 이날 승리를 계기로 그의 이름을 딴 ‘조지 포먼 그릴’이 출시됐고, 이후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개 이상이 팔리면서 그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포먼은 이후 악셀 슐츠, 섀넌 브리그스 등과 타이틀 방어전을 벌이다가 1997년을 끝으로 완전히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