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서 대형 산불
산청 4명 숨지고 6명 중경상 인명피해 발생
주택 49동 불타....정부 재난사태 선포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흘째 23일 단성면 일대에 산불이 마을 쪽으로 향하자 헬기가 물을 뿌리며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주말 동안 전국 곳곳에서 산불 30여 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큰불로 번졌다. 특히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에서 수일째 산불이 이어지며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23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산청·의성·울주·김해 4개 지역에서만 축구장 7205개 크기에 해당하는 총 5142㏊ 규모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는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2만523㏊) 이후 최대 규모다.
산청에서는 사흘째 산불이 이어지면서 창녕군 소속 공무원 1명과 진화대원 3명 등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중상 5명, 경상 1명 등 6명이 부상했다. 이번 인명 피해는 모두 산청에서 나왔다.
주택 피해도 컸다. 산청과 의성에서 총 49동이 불에 탔다. 산청에서 주택과 사찰 등 15동, 의성에서는 주택 24동이 전소하고 5동이 일부 피해를 입었다.
산림 피해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5142㏊가 불에 탔다. 지역별로 보면 의성이 3510㏊로 가장 크고 산청 1362㏊, 울주 180㏊, 김해 90㏊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주민들의 대피도 이어졌다. 현재 총 1081명이 각 지역 임시대피소로 피신했다. 지역별로 보면 의성 392명, 산청 461명, 울주 80명, 김해 148명이다.
산청에선 임시주거시설로 운영하던 한국선비문화연구원과 하동으로까지 산불이 근접하면서 이곳에 있던 주민들이 인근 13개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의성에선 산불 우려 지역 32곳 마을 주민이 15개 대피소로 이동했다. 요양병원 2곳과 요양원 1곳의 환자 전원도 대피했다.
울산 울주에서도 이틀째 산불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산불이 나자 울주군 온양읍 4개 마을 주민 80여 명이 4개 대피소로 분산 대피했다. 울주 산불 때문에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IC~청량IC 구간 통행이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 마을의 98가구도 인근 2개 대피소로 이동했다.
산청, 의성, 울주는 산불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현재 발령돼 있다. 김해는 산불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대응 3단계는 피해 추정 피해 면적이 100~3000㏊에 초속 11m 이상 강풍이 불고 진화 시간이 24~48시간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2단계는 추정 피해 면적 50~100㏊에 초속 7~11m 바람이 불고 진화 시간 10~23시간이 기준이다. 정부는 헬기 107대, 진화 차량 766대, 소방대원 등 인력 8785명을 동원해 4개 지역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불 현장에는 여전히 강한 바람과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어 진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산불 진화율은 산청 55%, 의성 30%, 울주 70%, 김해 90%를 기록 중이다.
정부는 이번 산불 대응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고 울산, 경북, 경남 일원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산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산불이 급격하게 확산된 것은 지형과 기상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불이 난 산청군 시천면 야산의 지형은 30도가량 경사가 져 가파르다. 이는 뜨겁고 가벼운 불이 더 잘 번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까지 겹치면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올해 최근 산불 발생 사례는 크게 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17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전국에서 4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99건, 올해 들어선 총 215건의 산불이 났다. 작년 한 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279건인데 최근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기록과 맞먹는 수치다.
이 가운데 기상청이 대구와 경북 동해안 지역에 ‘건조경보’를 발령하며 산불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대구(군위 제외)와 경북 경산·영덕·울진 평지·포항·경주에 대해 건조주의보를 건조경보로 격상해 발령했다.
또 강원 태백·남부 산지, 충북 제천·단양, 전북 무주, 경북 문경·예천·영주·의성·양양 평지·봉화 평지·북동 산지, 경남 함양과 거창, 제주 동부, 군위, 울릉도와 독도에 건조주의보를 내렸다.
이에 경북 전역을 비롯해 영남 대부분과 강원 동해안·산지 일부, 제주 북동부 등에 건조특보가 내려졌다.
여기에 24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이 예보돼 있어 산불에 대한 경계심을 보다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고, 산지에는 태풍급인 초속 20m 안팎의 돌풍이 예상된다. 작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이날 “건조특보가 발효된 동해안과 경상권 내륙, 충북(영동), 제주도는 대기가 매우 건조하고, 그 밖의 지역에서도 대기가 차차 건조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KB국민·신한·우리금융 등 금융사는 이번 산불과 관련한 피해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산불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10억원씩 기부했다. 또 이재민이나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 지원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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