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언더라인
구독전쟁 시작한 네이버·쿠팡
AI 기반 쇼핑앱 출시한 네이버
업계 1위 쿠팡과의 경쟁 본격화
이커머스에 국한하기보다는
더 넓은 구독경제 관점서 봐야
OTT와 배달앱, 할인 혜택 등
성패 좌우할 변수 숱하기 때문
치열한 구독경쟁 승자 누가 될까
네이버와 쿠팡이 구독 서비스로 맞붙었다.[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네이버와 쿠팡. 각각 IT와 이커머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의 대표 기업입니다.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른 듯하지만 두 기업은 엄연한 경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둘 다 OTT부터 배달앱, 쇼핑까지 아우르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 '구독경쟁'에 불을 지핀 건 네이버입니다. 이 회사는 기존의 쇼핑 서비스를 가다듬은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최근 론칭했습니다. 배달앱(요기요)·OTT(넷플릭스)에 이어 이커머스(네이버플러스 스토어)까지 구독 서비스 혜택에 추가한 겁니다. 쿠팡(이커머스)·쿠팡이츠(배달앱)·쿠팡플레이(OTT) 연대에 맞설 만한 '구독 라인업'을 만든 셈입니다.
# 그럼 네이버와 쿠팡의 구독 서비스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날까요? 더스쿠프가 네이버·쿠팡의 경쟁 구도를 '구독경제'의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네이버가 시범 서비스였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지난 12일 공식 론칭했습니다. 네이버 앱의 기존 서비스 중 하나인 '네이버 쇼핑'을 개편해 앱으로 출시한 겁니다.
거대 기업 네이버가 나섰기 때문일까요? 이커머스 업계에선 또다른 공룡 기업 '쿠팡'과 네이버의 대결 구도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쿠팡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넘어설 수 있느냐가 업계의 관심사입니다.
그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새 앱을 출시하기 전 보여준 행보입니다. 지난해 6월 네이버는 배달앱 요기요와 협업을 맺었습니다. 네이버의 구독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이용자에게 요기요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게 협업의 골자였죠.
그해 11월엔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와도 손을 잡았습니다. 이제 네이버플러스를 구독한 소비자는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도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를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네이버가 이런 혜택들을 '구독'으로 한데 묶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이번에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무료배송, 추가할인 등의 혜택까지 추가한 거죠. 이를 통해 네이버의 구독 서비스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넷플릭스~요기요로 이어지는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쯤 되면 네이버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여러분도 눈치챘을 겁니다. 맞습니다. 경쟁사인 쿠팡도 구독 서비스 '쿠팡와우' 회원에게 쇼핑앱 쿠팡과 쿠팡플레이(OTT), 쿠팡이츠(배달앱)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라인업에 맞서기 위해 네이버가 넷플릭스와 요기요를 판에 끌어다 앉힌 겁니다.
우리가 네이버와 쿠팡의 쇼핑앱 경쟁을 그보다 좀 더 포괄적인 '구독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쇼핑앱 말고도 OTT와 배달앱 등 다양한 서비스가 구독이란 이름으로 묶인 만큼, 구독 서비스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두 쇼핑앱의 경쟁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쇼핑앱만 좋아선 안 된다는 겁니다.
소비자는 두 구독 서비스 중 어느 쪽을 선호하고 있을까요. 구독자 수로 따지면 쿠팡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듯합니다. 업계 추정치이긴 합니다만, 현재 쿠팡와우 가입자는 1400만여명으로 네이버플러스(1000만여명)보다 400만명가량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쿠팡의 승리로 결정짓긴 아직 이릅니다. 넷플릭스·요기요·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삼각편대'의 시너지가 얼마나 클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 접전➊ 이커머스 = 그럼 두 구독 서비스의 혜택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먼저 이커머스 부문입니다. 이용자 면에선 쿠팡이 우세합니다. 지난 2월 기준 쿠팡의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3320만명으로, 2위인 알리익스프레스(874만명)보다 3.7배나 더 많습니다(와이즈앱·리테일·굿즈). 앱으로 개편해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입장에선 따라잡기 쉽지 않은 수치입니다.
다만, 전자상거래 규모로 따지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쿠팡보다 조금 앞섭니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 쇼핑은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22.0%를 기록해 쿠팡(20.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삼정KPMG).
[※참고: 네이버 앱 MAU가 4313만명(2024년 5월)이므로 네이버 쇼핑(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이용자가 쿠팡보다 많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만,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해당 MAU는 네이버 앱 전체 서비스를 아우르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소비자가 쿠팡을 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송'입니다. 쿠팡와우에 가입하면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주문한 시간에 따라 당일 또는 다음날 새벽에 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이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통해 물류관리와 배송을 직접 하는 덕분입니다. 로켓배송 제품이라면 가격 제한 없이 배송비가 무료인 점도 쿠팡의 장점 중 하나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도 무료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만, 쿠팡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자체 물류망이 없고 배송도 위탁으로 진행하고 있어 쿠팡보다 배송 서비스가 한수 뒤처집니다.
무료배송도 '1만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이버는 새벽배송과 주문한 물건이 1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지금배송' 서비스를 올해 안으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그럼 쿠팡에 맞서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인공지능(AI)입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추천 서비스로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게 네이버의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기능은 앱 초기화면 하단에 있는 '발견' 코너입니다. 이곳에선 AI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을 추천하는데, 30초~1분 내외의 쇼츠 콘텐츠로 제공해 소비자는 동영상을 시청하듯 상품의 이모저모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자신의 맞춤 정보를 등록해 원하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마이 쇼핑'도 눈여겨볼 만한 기능입니다.
AI 덕분인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초반 인기는 높은 편입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주간활성화사용자(WAU)는 12~ 16일 23만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출시 4일 만에 이용자를 24만명 가까이 모은 셈입니다. 이는 구글의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만 집계한 수치입니다. 19일 입점한 애플 앱스토어까지 집계한다면, 수치가 한번 더 반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접전➋ 콘텐츠 = 그렇다면 OTT를 포함한 콘텐츠 부문에선 어떨까요? 현재로선 넷플릭스와 협업 중인 네이버가 우위를 차지하는 듯합니다. 넷플릭스는 명실공히 OTT 업계의 1인자니까요. 넷플릭스의 MAU는 1345만명(모바일인덱스·2월 기준)으로 쿠팡플레이(684만명)보다 2배 많습니다.
네이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격도 파격적으로 책정했습니다. 언급했듯 네이버플러스 가입자는 넷플릭스의 광고형 스탠다드(5500원) 요금제를 무료 이용할 수 있는데, 네이버플러스 구독료(4900원)가 넷플릭스 구독료보다 더 저렴합니다. 평소 넷플릭스를 꾸준히 보던 소비자라면 네이버플러스로 갈아타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사진 | 네이버 제공]
이뿐만이 아닙니다. 네이버는 넷플릭스 외에도 티빙(OTT)과 네이버웹툰·네이버시리즈(웹소설) 구독 서비스도 혜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입자는 매월 4가지 중 하나를 골라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죠. 쿠팡플레이 하나만 지원하는 쿠팡와우보단 선택지가 넓습니다.
위기감을 느꼈는지 쿠팡도 최근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미국의 케이블TV인 HBO와 손을 잡고 21일부터 HBO와 HBO의 OTT 서비스 'HBO 맥스(Max)'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국내에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HBO는 '왕좌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 한국 시청자에게도 인기가 많은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업으로 쿠팡플레이의 인기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접전➌ 배달 = 이번엔 배달앱 부문을 한번 살펴보죠. 쿠팡와우 회원은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이츠에서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은 중복 사용이 가능한 별도의 쿠폰도 지급합니다.
네이버도 언급했듯 요기요와 협력해 네이버플러스 회원에게 무료 배달 서비스와 7% 포장 할인을 제공합니다. 다만, 무료 배달 조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금액에 제한 없이 무료 배달이 가능한 반면, 요기요는 1만5000원 이상 결제해야 합니다.
이용자는 어떨까요. 네이버와 협력을 맺었음에도 요기요는 602만명(2024년 2월)에서 515만명(2025년 2월)으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574만명에서 역대 최고치인 1026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요기요보다 쿠팡이츠가 인기가 많은 만큼, 배달앱에 관심 많은 소비자라면 네이버보단 쿠팡의 구독 서비스를 눈여겨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접전➍ 할인·적립 = 마지막으로 할인 부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분야에선 네이버가 쿠팡보다 혜택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건 '슈퍼 적립'입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특정 상품을 구매했을 때 결제 금액 5% 적립 외에 10%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소비자가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매월 새로운 상품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네이버플러스는 롯데시네마 최대 40% 할인(3월 31일까지), GS25 편의점 최대 20% 할인, 호텔·티켓·여행 패키지 최대 5% 적립 등 다양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쿠팡와우는 여행 상품을 할인하는 서비스가 거의 유일합니다. 대신, 할인율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80%로 상당히 후한 편입니다.
이렇게 네이버와 쿠팡, 두 공룡의 '구독 경쟁'을 부문별로 조목조목 따져봤습니다. OTT에선 네이버가 앞서지만, 배달앱에선 거꾸로 쿠팡이 우위를 차지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입니다. 지금은 '어느 쪽이 앞서고 있다' 결론 짓기가 어렵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면서 두 업체의 구독자 유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는 점입니다. 상대에게 구독자를 빼앗기면 쇼핑앱은 물론이고 OTT와 배달앱 등 다른 서비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물고 물리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쿠팡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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