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중 잡히던 불, 강풍으로 다시 번져
사망·실종·부상자들, 진화 도중 고립돼
일몰 전까지 주불 못 잡아, 장기화 우려
21일 경남 산청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인 22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스1
21일 경남 산청에서 올해 들어 처음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째인 22일에도 좀처럼 꺼지지 않는 가운데 진화작업에 나선 대원 중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이날 해가 지기 전까지 주불을 잡는데 실패하면서 산불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산림당국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진화작업을 이날 밤에도 이어간다. 이날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각 2명씩 발생한데 이어 진화대원 및 주민 중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산림당국은 전날 밤 사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을 진행하다가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 35대를 순차적으로 투입, 불길을 잡는 데 주력했다.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진화작업을 하면서 이날 오전 한때까지 진화율은 75%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날 오후가 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대기가 건조한데다 산 정상 부근에서 초속 11~15m 수준의 강풍이 지속되면서 연기가 다시금 짙어진 것이다. 여기에 불똥이 날아가 곳곳에 번지는 '비산화' 현상과 산의 지형이 30도 정도 경사가 져 가파른 점도 불이 더 잘 번지는 요인이 된 것으로 산림당국은 보고 있다.
진화율은 오후 5시 기준 35%까지 떨어진 이후 유지되고 있다. 현재 산불 영향구역은 503㏊(헥타르)이고, 전체 화선 27㎞ 중 남은 불의 길이는 17.5㎞로 파악됐다.
22일 경남 산청군 산불로 인해 주민들이 대피한 한국선비문화원에 한 이재민이 챙긴 이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산불 진화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시천면 화재 현장에서는 창녕군 소속 산불 진화대원 9명이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산림청으로부터 이같은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진화대원 9명 중 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중 5명은 화상을 입고 진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5명 중 4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은 2명은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소방당국은 위치정보시스템(GPS) 조회 및 현장 수색을 병행하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망·부상·실종자들은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던 중 역풍이 불어 산에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에는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진료를 받기도 했다.
이틀째 지속된 산불로 이재민도 263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시천면 점동·구동마을 등 7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진데 이어, 이날에는 같은 면 송하·내공마을 등 8개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추가로 내려졌다.
22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강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방화수를 채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해가 지기 전까지 주불을 잡지 못하게 되면서 진화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몰 이후엔 헬기 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밤사이 진화작업은 인력·장비에 의존해 비교적 소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산림당국은 일몰 이후 1,000명 안팎의 인력과 장비 100여 대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에 주력한다. 산림청 진화대는 당초 발화구역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당국은 대단위 민가 시설물 주변을 중심으로 진화작업을 벌인다.
경남도는 산불로 인한 재난상황의 신속한 수습과 지원을 위해 이날 정부에 도내 산불 현장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3일 중 산청 등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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