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표팀, 2위로 준결승 진출해 캐나다와 재회... "남은 두 경기, 후회 없이 치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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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미국전에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
ⓒ 박장식 |
여자 컬링 대표팀이 라운드 로빈 최종전에서 미국을 꺾었다. 이제 대표팀 선수들은 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의 첫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는 21일 저녁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 여자컬링선수권대회 라운드 로빈 최종전에서 미국(스킵 타비타 피터슨)을 만나 연장전 끝에 8대 7로 승리했다.
특히 라운드 로빈을 10승 2패로 마치며 스위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대표팀은 22일 오후 4시부터 캐나다의 '팀 레이첼 호먼'과 준결승에서 다시금 맞붙는다. 여자 컬링의 4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룬 대표팀 선수들은 이제 메달 색을 정하러 출정한다.
4점 '빅 엔드' 얻어맞았지만... 치열하게 이겨낸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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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미국전에서 김은지 스킵이 투구하고 있다. |
ⓒ 박장식 |
라운드 로빈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공식이 필요했던 대한민국이었다. 나머지 경기의 변수가 사라졌지만,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미국을 눌러야 자력으로 2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2위를 기록하면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4강전에 직행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도 쉽지만은 않은 상대였다. 투어 기록을 포함한 상대 전적은 경기도청이 우세한 데다 이번 대회 부진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팀 타비타 피터슨'이라지만, 2년 전 범대륙선수권에서 맞상대해 한국에 일격을 날렸던 적이 있었기에 주의가 필요한 상대였다.
경기는 치열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던 미국이 대한민국을 몰아붙였다. 첫 엔드 후공권을 진 대한민국이 2엔드 한 점을 얻어내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미국은 3엔드 넉 점을 얻어내는 빅 엔드를 만들면서 응원을 보내던 한국 관중들을 일순간 당황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4엔드 두 점을 따라가면서 만회에 나섰다. 특히 5엔드에는 상대가 웨이트 미스를 범하며 한국에 도리어 한 점의 스틸을 안겨줬다. 대표팀은 전반을 스코어 4대 4로, 극적인 균형을 맞춘 채 승부를 후반전으로 이어갔다.
한국이 7엔드 두 점을 얻어가며 네 엔드 만에 역전을 이루는 등 앞선 실수를 만회한 모습으로 경기가 이어졌지만, 후반 엔드 플랜을 유리하게 가져간 미국이 자신들이 후공권을 쥔 엔드마다 모두 득점에 성공하면서 10엔드 종료 시점 스코어는 7대 7이 되었다. 연장전이었다.
한국이 우세한 상황에서 진행된 연장전. 한국은 상대에 스틸을 내주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하우스 안에 스톤을 위치시키며 버티기에 나섰다. 하지만 상대도 막판까지 승리를 거두려 애썼다. 타비타 피터슨이 1·2번 스톤을 만들며 스틸 시도에 나서는 등, 한국을 마지막 드로우까지 까다롭게 만들었다.
해결사 김은지가 나섰다. 김은지는 하우스 중앙으로 향하는 버튼 드로우에 나섰다. 김은지의 손에서 스톤이 떠나자, 설예은과 김수지가 스위핑에 나섰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역시 스위핑 박자에 맞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윽고 스톤이 하우스 가운데로 빨려든 순간, 마지막 경기까지 엑스트라 엔드까지 끌고 갔던 길고 길었던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최종 스코어 8대 7. 관중들이 보내던 격려의 박수는 어느새 환호의 박수로 바뀌어 있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메달 레이스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전, 진다는 생각 없었다... 후회 없는 두 경기 치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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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미국전에 앞서 진행된 대한민국의 '아너 세리머니'에서 한국 선수들이 국가 연주에 맞춰 국민의례하고 있다. |
ⓒ 박장식 |
미국전 종료 직후 만난 김은지 스킵은 "상대에게 빅 엔드를 내준 후에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은지는 "4점을 상대에 준 것도 우리의 오늘 경기 아이스 상태가 다른 경기의 아이스 상태와 달랐기 때문에 내준 것"이라며, "그 4점을 내줌으로 인해 아이스 파악을 해서 점점 좋은 샷들이 많이 나왔다"고 복기했다.
라운드 로빈을 2위로 마친 대한민국. 김은지 스킵은 "분명히 아쉬운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홈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팬들에게 응원을 많이 받아서 자신감이 확실히 많이 올라온 점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며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는 것에 더욱 자부심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김은지 스킵은 "우리 팀은 패배한다고 해서 타격을 많이 받는 팀이 아니다. 진 경기는 빨리 잊으려고 하기에, 잘 못 치른 경기 뒤라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제 준결승전과 메달 결정전만이 남았다. 김은지 스킵은 "남은 두 경기를 정말 후회없이 하고 싶다"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 여러분께도 후회 없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은 앞서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스코틀랜드에 승리를 거둔 캐나다의 '팀 레이첼 호먼'과 22일 오후 4시부터 준결승을 치른다. 캐나다가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오전 경기 없이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는 점이 유리한 점이다.
대회는 JTBC Golf&Sports에서 생중계되며, 강릉시청 '팀 킴'의 김영미 선수가 이번 대회 기간 특별 해설로 나선다. 의정부실내빙상장을 직접 찾아 관람할 수도 있는데, 의정부 시민은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