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컬럼비아대 연구진, MRI로 4개월~2세 유아 26명 뇌 스캔
생후 1년 아기도 기억 형성…뇌 해마에서 '기억 암호화' 나타나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세계 인구의 날인 11일 경기도 수원시 쉬즈메디 병원에서 한 산모가 아기를 돌보고 있다. 2024.07.11. jtk@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당신 인생의 첫 기억은 언제입니까?"
이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1, 2살 즈음을 말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애 초기 수년 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유아 기억상실증'이 나타나곤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학계에서는 1살 아기도 기억을 형성할 수 있으나, 이 기억이 뇌에서 '암호화'되는 과정이 나타나 기억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MRI(자기공명영상)으로 유아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생후 1년 된 아기도 기억을 생성·저장할 수 있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유아 기억상실증은 뇌과학계에서 꾸준히 연구돼왔다. 모든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애 초기 3년여 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3세~3세 반 즈음에 형성되고, 7~8세부터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유아 기억상실증의 원인으로는 유아기 시절 언어 능력의 부족, 기억 저장과 관련된 뇌 해마 영역의 미발달, 유아 성장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경세포의 영향 등이 언급돼왔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유아 기억상실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후 4개월~2세 사이의 유아 26명의 뇌를 MRI로 스캔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사람 얼굴·물체·장면의 이미지를 2초 가량 보여준 뒤 약 1분 뒤 똑같은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 뇌의 해마 활동을 측정했다.
이같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진은 아이들이 새로운 이미지를 볼 때 해마 활동이 클수록 해당 이미지를 다시 볼 때 더 오랫동안 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어린 아기들은 익숙한 것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곤 한다. 아기들이 앞서 봤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진은 성인의 기억 회상과 가장 관련이 큰 뇌 해마의 뒷부분에서 가장 강력한 암호화(encoding) 활동이 관찰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암호화 활동 관찰은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언급됐다. 유아들의 뇌 스캔 연구를 통해 뇌 해마에 기억 암호화 기능이 존재한다는 개념을 증명해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가장 흥미로운 가능성 중 하나는 (유아기 때) 기억이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성인이 된 우리가 기억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모든 아이들에게서 기억 암호화 현상이 나타났는데, 특히 12개월 이상 된 영아에서 신호가 더 강해져 뇌 해마가 개인의 기억을 암호화하는 능력에 대한 일종의 발달 경로까지 추정해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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