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커스티 코번트리 IOC 집행위원. 신화=뉴시스.
“오늘 ‘유리천장’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 투표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42·짐바브웨)은 사상 첫 여성 IOC 위원장으로 당선된 뒤 이렇게 말했다. 코번트리 당선인은 20일 그리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제10대 위원장으로 뽑혔다. 위원장 선거 입후보자 7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코번트리 당선인은 1차 투표에서 97표 가운데 과반인 49표를 얻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 IOC 부위원장(스페인·28표), 서배스천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영국·8표) 등을 제쳤다.
코번트리 당선인은 1894년 창설된 IOC의 131년 역사상 첫 여성 위원장이자, 최초의 아프리카 대륙 출신 위원장이 됐다. 그는 33세의 나이로 제2대 위원장에 올랐던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프랑스·1863~1937)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세계 체육계 수장이 됐다.
코번트리 당선인이 유럽 남성 중심의 보수적 조직인 IOC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배경엔 토마스 바흐 현 IOC 위원장(독일)의 막후 지원사격이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과거 차기 위원장에게 적합한 프로필로 ‘올림픽 챔피언, 비유럽인, 새로운 세대’를 꼽았다.
‘짐바브웨의 수영 영웅’으로 불리는 코번트리 당선인은 선수 시절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 200m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바흐 위원장 체제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과 함께 선수위원으로 활동했고, 짐바브웨 체육부 장관을 지내며 행정가 경험을 쌓았다. AP통신은 “코번트리의 승리는 그를 오랫동안 자신의 후계자로 지지해 온 바흐의 승리다”라고 평가했다.
6월 공식 부임하는 코번트리 당선인의 임기는 한 차례 연장 가능성을 포함해 최대 12년이다. 전북도가 유치를 노리고 있는 2036 여름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코번트리 당선인이 주도하는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IOC 총회에서 IOC 명예위원으로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