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양자컴 CEO 불러 대담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5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주요 양자컴퓨터 업계 CEO들과 대담하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저는 내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불러 모은 최초의 CEO가 될 것입니다.”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시빅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퀀텀데이’ 행사에 진행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앞서 황CEO는 지난 1월 ‘쓸만한 양자컴이 나오려면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아이온큐, 디웨이브, 리게티 등 주요 양자컴 기업의 주가는 수십%씩 폭락했다. 사실상 자신의 발언이 일종의 ‘실언’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날 그는 “양자컴 기업들이 (주가에 영향받는) 공개기업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며 “그들을 초청해 직접 얘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GTC 역사상 처음으로 양자컴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퀀텀데이’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날 황 CEO는 아이온큐, 디웨이브, 파스칼, 퀀티넘 등 글로벌 주요 양자컴 스타트업 12곳의 CEO와 AWS, 마이크로소프트(MS)의 양자컴 담당자들을 대담에 초대했다. 3부로 나뉘어 진행된 행사에서 황 CEO는 참석자들에 송곳 같은 질문을 던졌고, 방어에 나선 CEO들이 진땀을 빼는 광경도 펼쳐졌다.
황 CEO는 이날 양자컴이 ‘입지가 좋지 않다(poorly positioned)’고 했다. 그는 양자컴 CEO들에 “양자컴이라는 것은 과학 등 특정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수 있는 ‘도구(instrument)’가 될 수는 있지만, 컴퓨터로서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고전컴퓨터가 인공지능(AI) 등으로 여전히 발전공간이 큰데, 양자컴은 사실상 ‘재정의(reframing)’을 해야하는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5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주요 양자컴퓨터 업계 CEO들과 대담하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이에 대해 라지브 하즈라 퀀티넘 CEO는 “양자컴을 단순한 ‘도구’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예컨대 AI는 고전 컴퓨터에서 분명한 성장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인데, 양자컴으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생성형 AI’가 아닌 ‘생성형 퀀텀 AI’의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CEO는 “양자컴퓨터가 바로 고전컴퓨터를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는 두가지 컴퓨터가 서로 상호작용할 것이고,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퀀텀칩을 제외하면 양자컴도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쓰는 고전컴퓨터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있다”고 했다.
황 CEO는 “쓸만한 양자컴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도 물었다. 그는 “양자컴을 써서 배달을 시킨 내 버거가 3초 정도 빨리오면 참 좋긴 하겠지만, 그게 쓸모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자신은 쓸모가 있는 양자컴이 나오기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라 말을 했는데, 그 전에 어떤 중요한 쓰임새가 나올 수 있는지 설명해보라는 것이다.
이에 매튜 킨셀라 인플렉션 CEO는 “1946년 사람들이 애니악 컴퓨터를 봤을 때 언젠가 우리가 이걸로 실시간 소통을 하고, 차를 부를지는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라며 “지금은 (정확한 쓰임새를)상상하기 어렵지만, 다양할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했다. 시몬 세베리니 AWS 양자 컴퓨팅 부분 책임자는 “양자컴에 대한 연구는 마치 달에 가는 우주 미션과 같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이 나오는 것이다”라며 “양자컴이 언제 나오고 말고가 중요하다기 보단, 그 중간에서 무엇을 발견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5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주요 양자컴퓨터 업계 CEO들과 대담하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황CEO가 “내년에도 퀀텀데이를 열겠다”며 “1년 후에 이 곳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싶느냐”고 묻자 CEO들은 ‘퀀텀을 이용한 범용인공지능(AGI)’, ‘양자컴으로 데이터센터를 저전력으로 운영하는 법’ 등 대답을 쏟아냈다. 황 CEO는 “양자컴이 역으로 AI의 발전 등 고전컴퓨터의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주길 바란다”며 “나의 예측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고, 훌륭한 연구를 이어가는 이들을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행사 후 주요 양자컴 기업의 주가는 6~11%가량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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