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대선 요건' 학위 박탈 이어 테러 연루 혐의 체포
현지 경찰, 이스탄불 시청 시위서 최루탄·고무탄 발포
에크롬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체포로 튀르키예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자 현지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경찰은 이날 이스탄불 시청에서 열린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고무탄을 발사하고 최루 가스를 터뜨렸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대선 출마 요건인 대학 학위를 박탈당한 데 이어 테러 연루 혐의로 체포되자 튀르키예 전역에서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속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오즈귀르 외젤 대표는 전날 시위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의 유일한 죄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다는 것"이라며 "그는 국민의 마음을 얻었고,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이었기에 표적이 됐다"고 토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정부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사법 체계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날 변호사를 통해 사회관계망(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판사들과 검사들은) 사법부를 망치는 자들에 맞서 일어나 행동하라"며 "침묵할 수도 없고, 침묵해서도 안 된다"고 촉구했다.
최근 튀르키예 정치권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마모을루 시장을 비롯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연이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해 3월 지방선거 당시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인민민주회의(HDK)와 동맹을 맺은 혐의로 전날 체포됐다. 검찰은 또 이마모을루 시장이 사업가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8일 모교인 이스탄불 대학으로부터 학위도 취소당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학부 학위가 없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조만간 당내 경선을 치를 예정인데, 이마모을루 시장이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정부 당국이 이마모을루 시장의 학위에 대한 공문서 위조 혐의조사에도 착수했다.
튀르키예 검찰이 테러 연루라는 혐의점을 제시했으나, 야권과 튀르키예 시민 사회는 이번 조치를 에르도안 대통령 통치 하에 진행돼온 정치적 탄압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한 이후 2014년 대통령이 되었으며, 2017년 개헌으로 튀르키예의 정치체제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했다. 2023년 재선에 성공하며 사실상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튀르키예 헌법은 대통령에게 단 두 번의 임기만 허용한다. 다음 대선은 2028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날짜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면 의회에 조기 선거를 실시하도록 촉구해 현재 임기 만료 전 출마를 해야한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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