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주일미군 개편·현대화 ‘없던일’ 검토
현실화땐 11억달러 예산 절감 기대되나
지휘·통제 체계 통합 차질·미일정상회담내용과 배치
“인·태 지휘통제 및 전쟁 억지력 약화 우려”

주일미군 요코타 기지. [EPA=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규모 및 예산 감축 움직임이 해외 주둔 미군 전력에 대한 영향으로 번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변화가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한 안보 대응체계 허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NBC, CNN 등은 미국 매체드은 2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주일미군(USFJ) 확장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획이 취소되면 미국은 약 11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일 군사 협력의 핵심인 지휘·통제 체계 통합에는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일미군 확장 계획이 철회될 경우 이는 불과 한 달여 전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미·일 군사 협력 강화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

해당 검토에는 전투사령부 통합, 나토 군사작전 주도권 포기 등 미국의 국방 전략 전반에 걸친 조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지도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백악관과 의회의 협의 없이 국방부가 해외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하는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며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는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대외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일미군은 현재 약 5만 3000명의 병력을 운용하며 일본 내 15개 주요 기지를 관리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작전 지휘권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주일미군 본부 인력은 약 140명 정도로 도쿄에 있는 주일 미 국 대사관 인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일미군 확장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 때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당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주일미군을 새 합동군사사령부로 격상시켜 일본 및 주변 지역에서의 안보 조정 역할을 맡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주일미군 창설 이후 가장 중대한 변화이자, 미·일 군사 협력 7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일본도 이에 발맞춰 항공·해상·지상 전력을 총괄하는 자위대 합동작전사령부 신설을 추진 중이었으며 새 미군 합동군사사령부는 일본 자위대 합동작전사령부와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 국방부의 검토가 현실화될 경우 미·일 간 지휘·통제 체계 통합 계획은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제임스 쇼프 사사카와 재단 미국 지부 미·일 동맹 연구소장은 닛케이 아시아에 “11억 달러 라는 절감 효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며 “국방부가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성위원회(DOGE)에게 예산 감축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일부 과장된 수치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주일미군이 예산 삭감의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를 입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이달말 일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주일미군 확장 계획의 최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쇼프 소장은 “설령 확장 계획이 유지되더라도 논란이 커진 만큼 새로운 미군 합동군사사령부 수장은 4성 장군이 아닌 3성 장군급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4성 장군이 이끄는 지휘 체계를 희망하고 있으나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4성 장군 배치는 3성 장군보다 훨씬 더 많은 인건비, 출장 비용, 경호 비용, 보좌진 유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주일미군 확장 계획이 철회될 경우 미·일 지휘·통제 체계 통합이 후퇴하고 나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 중국 군사 억지력에도 변수가 될 수 있어 일본으로서는 국가안보적으로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유럽·아프리카, 북·남부 사령부 통합도 거론...주한 미군에도 촉각

지난해 12월 20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신임 사령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CNN에 따르면 최근 미 국방부에서는 군 수뇌부 축소와 예산 감축을 위해 해외 통합전투사령부를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령부 통합 방안으로는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하나의 사령부로 통합하고 미국 본토 방위와 캐나다를 담당하는 북부사령부, 중남미 지역을 담당하는 남부사령부를 하나의 미국사령부로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를 통해 국방부는 5년간 약 3억 3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사령관의 지휘 범위가 넓어져 위험이 생길 수 있으며 사령부 폐지로 인한 정치적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주한미군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군 수뇌부 축소와 예산 감축이 현실화하면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미 8군사령부 등 미군 장군이 담당하는 주한미군 관련 조직도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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