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C 설립 2년만 특단의 조치
독자경영 돌파구 마련해야
카카오가 11년 전 품었던 포털 '다음'(Daum)을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때 국내 최대 포털의 지위를 차지했던 다음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다음'을 분사하는 방안을 공개하고 이와 관련한 동의 및 이직·전직 신청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 과정을 거친 뒤 이사회 승인을 거쳐 분사를 확정하고 구체적 방식과 형태, 일정 등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외부에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사 이후 매각할 것이란 우려까지 더해지며 고용불안이 제기되는 것이다. 현재 다음 관련 인력 규모는 300명가량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2023년 5월 다음 CIC(사내독립기업)를 설립하고 독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갖춘 바 있다.
CIC 설립이 2년가량 흘렀으나 별다른 반전은 없었던 만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재도약에 나서려면 분사와 같은 더욱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포털 다음의 MAU는 2월 현재 738만명으로 네이버(4448만명), 구글(3865만명)에 크게 밀린 상태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 기준으로 보면 다음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1월1일~3월18일)은 2.8%로 마이크로소프트(MS) 빙(3%)에도 추격당했다. 네이버(65.4%), 구글(26.5%)가 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태다.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다음은 CIC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카카오 안에 있는 까닭에 이에 따른 제약도 있고, 외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분사를 하게 되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지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살려야 하는 카드라는 설명도 나온다. '다음'이 포함된 카카오의 포털비즈 사업부문 매출은 지난해 3320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대비 4% 감소한 것이지만 버리기 아까운 카드다.
게다가 기준을 달리 보면 '다음'의 플랫폼 경쟁력은 상당하다. 이 회사에 따르면 다음의 작년말 웹·앱 통합 기준 MAU는 1956만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실제 방문자수가 작은 서비스는 아니다"라며 "카카오는 과거에 다음을 카카오톡에도 넣어봤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고, 결국 새롭게 도전하는 독자 생존의 길을 통해 살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는 다른 유형의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등 과거 분사한 곳들도 자력 생존을 하고 있는 만큼 다음 역시 이를 해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카카오는 상반기 중으로 내부 조율을 마치고 다음 분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공시를 통해 "당사는 카카오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포털 '다음'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으며 이사회 의결 과정 등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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