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난양공대 교수, 메디칼코리아 기조강연
“화성 탐사가 정밀 건강 검증할 시험대가 될 것”
“미래 헬스케어의 키워드는 ‘정밀 건강’이 될 것입니다. 환자 치료를 의미하는 ‘정밀 의료’에서 건강할 때 신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개념입니다. 정밀 건강이 실현된다면 50년, 100년 후에는 병원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박승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화성에서 정밀 건강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르면 2029년 화성에서 스마트 변기와 같은 정밀 건강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코리아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메디컬코리아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의료관광 콘퍼런스다. 그는 ‘스마트 커넥티드 헬스: 인공지능(AI) 융합으로 앞당기는 정밀 건강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승민 싱가포르 난양공대(NYU) 교수가 2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 '메디컬코리아 2025' 개막에 앞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일론 머스크의 2029년 화성 탐사 계획이 정밀 건강 구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허지윤 기자
박 교수는 2023년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로부터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 노벨상은 과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노벨상을 패러디해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준 과학자에게 수여된다. 박 교수는 당시 스마트 변기 연구로 공중보건 분야에서 수상했다.
스마트 변기는 내장 카메라로 대·소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분석한다. 그는 “스마트 변기는 사용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손쉽게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라며 “스마트 변기와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장치, 스마트 홈 시스템 등을 통해 ‘정밀 건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2015년 ‘정밀 의료’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환자마다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같은 병을 앓는 환자라도 사람마다 건강 상태나 유전적 특성이 다른 만큼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17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구하며 정밀 건강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헬스케어가 맞춤형 치료라는 정밀 의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건강할 때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는 정밀 건강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승민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이 스탠퍼드대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앞에서 변기에 앉아있다. 그는 대소변 상태를 파악해 질병을 진단하는 스마트 변기를 개발한 공로로 올해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이그 노벨상의 마스코트가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것이어서 이런 모습을 연출했다./미 스탠퍼드대
박 교수는 “정밀 건강은 나온 지 오래되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미 기술적인 한계는 모두 극복했다”며 “AI(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고려했을 때 정밀 건강의 실현은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스마트 시티를 만들어 정밀 건강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일론 머스크가 주장한 화성 탐사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박 교수는 “머스크의 화성 탐사에서도 정밀 건강을 우주에서 구현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2029년 화성 탐사에서 지구보다 먼저 정밀 건강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초대를 받아 심우주 탐사에 맞춰 우주인의 건강관리를 하는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며 “당시 핵심 개념으로 제안된 것이 정밀 건강”이라고 했다.
박 교수가 화성 탐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주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정밀 건강을 구현하면서 소형화, 비용 문제, 지속가능성 등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화성에서 정밀 건강 시스템이 구현된다면 수년 내로 지구에서도 AI(인공지능)가 건강 데이터를 모아 질병을 예방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밀 건강 구현이 가깝게 다가온 만큼 우리도 그에 대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데이터 윤리에 대한 정부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라고 했다. 그는 AI 분야에서는 민감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지 ‘데이터 최소화 원리’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데이터 최소화 원리는 AI 분석을 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얻거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 데이터는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인 만큼 어떻게 정보를 얻을지, 동의는 어떻게 얻을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 교수는 “AI 기술 발달로 지금은 정밀 건강 구현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변곡점’에 있다”며 “이전에 찾아 볼수 없는 혁신에 앞서 발 빠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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