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3월19일 07시3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김지완 기자]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서 의료로봇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의료로봇은 아직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지 못해 없는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기대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대비 지난 14일 주요 6개 의료로봇 관련 주의 주가 상승률이 두 자릿 수 이상을 기록한 것. 같은 기간 KRX 300 헬스케어 지수나 KRX 헬스케어 지수가 각각 5.4%, 4.2%의 상승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KRX 헬스케어 지수에는 신약개발사, 의료기기 회사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의료로봇 기업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떠오르는 샛별’ 고영, 올해부터 글로벌 매출 기대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수술 로봇 ‘지니언트 크래니얼’의 판매 허가를 받은 고영은 최근 국내 의료로봇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고신인’이다. 고영은 올해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지니언트 크래니얼의 판매허가를 받아낸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지난 2020년부터 국내에서 팔린 ‘카이메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카이메로의 지난 1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10대였지만 업계에서는 올해에만 최소 10대, 최대 20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올해 미국과 일본에서도 실질적인 판매가 시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이전까지 각각 따로 존재하던 3D 센서와 로봇, 소프트웨어를 올인원으로 만든 의료로봇이다. 고영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두를 설계하기 때문에 각각 다른 회사에서 만든 의료로봇을 함께 작동시키는 것보다 제품 최적화가 용이하다고 강조한다. 단 1㎜의 오차에도 수술의 성패가 갈리는 뇌수술에서 오차범위를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고영테크놀러지의 뇌수술용 의료로봇 ‘지니언트 크래니얼’ (자료=고영테크놀러지)
박현수 고영 전략기획본부장은 “오는 6~7월에 일본에서 지니언트 크래니얼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후속작인 디지털 엑스레이도 올 연말 FDA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니언트 크래니얼에 이어 디지털 엑스레이까지 선보여 미국 시장에서 의료로봇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고영은 원래 반도체 검사장비 등 3D 검사장비로 유명한 기업이다. 연 매출 규모만 2000억원대에 달한다. 고영은 반도체 산업과 달리 업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의료로봇 사업의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사업의 안정성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박현수 본부장은 “10년 이내 의료로봇 사업의 매출 비중을 전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의료로봇 1세대’ 큐렉소, 印 성공 발판삼아 美·日로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FDA 승인 의료로봇 기업을 보유했던 1세대 의료로봇 기업 큐렉소는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중이다. 2023년 기준 인도에서의 매출이 회사의 수술로봇 매출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인도 시장은 큐렉소의 핵심 매출처다.
큐렉소의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조인트’ (자료=큐렉소)
큐렉소의 액티브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큐비스-조인트’(Cuvis-joint)의 인도 시장점유율은 30.7%로 2위 로봇과 8%포인트(p)의 격차를 두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최대 인공관절 임플란트 기업인 메릴 헬스케어를 비롯해 쉘비, 바이오래드 등 3개 파트너사와 협업해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인도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인도 현지 최상급 병원에는 대부분 큐비스 조인트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비스-조인트는 인공관절 수술시 인공관절이 더 정확하게 삽입될 수 있도록 돕는 수술로봇 시스템이다. 기존 제품보다 사용이 쉽고 유연하며, 수술 중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어 수술을 최적화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큐렉소는 올해 큐비스-조인트의 수출국을 인도 너머로 확장할 계획이다. 인도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일본, 미국, 유럽에서도 순차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다. 먼저 이르면 내달,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일본에서도 낭보가 들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렉소는 일본 의약품 의료기기 종합기구(PMDA)에 기존 큐비스-조인트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인 ‘큐비스-조인트 1.5’의 인허가를 신청했는데 예상대로 인허가가 이뤄진다면 연내 일본 현지 판매 개시도 가능할 전망이다. 큐비스-조인트 1.5는 큐비스-조인트 1.0과 큰 차이가 없고 인도에서 사용되는 제품도 1.5버전이라 일본에서의 승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큐렉소는 일본 진출을 위해 지난 2023년 일본 교세라그룹과 큐비스-조인트 일본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 2분기 중에는 미국 FDA에도 기존 큐비스-조인트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인 큐비스-조인트 1.5의 인허가 서류를 접수할 계획이다.
적응증이 추가된 업그레이드 제품도 대기 중이다. 회사는 상반기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관절 수술까지 가능하도록 적응증이 추가된 ‘큐비스-조인트 2.0’의 인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큐렉소 관계자는 “한국에서 큐비스-조인트 2.0 허가를 받으면 FDA에도 바로 신청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서 FDA 허가를 받은 척추수술 로봇 ‘큐비스-스파인’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겠다”고 말했다. 의료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면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북아프리카(MENA)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가총액 1700억 달러(약 247조원)의 미국 의료로봇 대표주자 인튜이티브 서지컬(ISRG)은 복강경 수술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하지만 그외 분야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의료로봇 기업들에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승산이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로봇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해자를 구축한 신약개발분야와 달리 의료로봇 분야는 이제 막 생겨나는 시장이라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척추수술, 뇌수술 등 선발주자들이 많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로 나간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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