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논란 현안질의가 이어졌다 2025.03.19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 지정과 관련해 “내부 비밀문서였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1월 초 이뤄진 민감국가 지정을 두 달여간 몰랐던 이유를 묻자 “저희만 모르는 게 아니라 미 에너지부 내부 직원들도 모르고 관련된 담당자 소수만 아는 사항”이라며 이 같이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외교부 장관으로 왜 계시냐’고 하자 조 장관은 “다른 나라 내정 돌아가는 걸 100% 다 파악하는 게 외교부는 아니다”고 했다. 민감국가 지정이 에너지부 내규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한 것.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한미 고위급 협력채널이 느슨해진 가운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민감국가에 지정되고도 여전히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 장관은 민감국가 지정 철회 가능성을 묻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가능성을 예단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금주 장관 면담이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 21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SCL 지정 해제를 위한 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에너지부 내규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부와 SCL 지정 해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제 절차나 소요 기간 등도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도 “지금 우리도 취소 프로세스를 모른다. 방첩국(OICI)에서 다룬 사안이기도 해서 그 프로세스를 미측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날 자체 핵무장론이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친중국 성향 때문에 SCL에 지정됐다는 관측에 대해선 “관계가 없는 것으로 미국이 확인했다”면서 “미국이 기술적 보안 문제라는 걸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이를 믿고 문제를 다루는 게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측이 SCL 지정 배경이 된 구체적인 보안 위반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핵 및 원자력 핵심 기술 관련 보안사고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실제로는 다양한 위반 활동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넓은 의미에서 미국의 ‘핵 비확산’ 사전 경고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드시 자체 핵무장론과 무관하다고만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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