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이병헌. 25. 03.07.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승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과 김형주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국에서 패배한 뒤,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90년대 바둑이 최고 스포츠로 각광받던 시절을 배경으로,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담아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와 연기 소감을 전했다. 전 국민 앞에서 제자 이창호와 승부를 가리게 되는 대한민국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을 맡은 이병헌은 "이렇게 드라마틱한 실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레전드인 두 사람에게 묘한 사연이 있고 또 그런 과장을 겪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막상 촬영을 하면서는 바둑판 앞에서 감정변화 없이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데 무표정하고 정적인 가운데 그 안에서 폭발하고 절망하는 여러 가지 극단적인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고창석, 현봉식, 이병헌, 문정희, 조우진. 25. 03.07.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또 "조훈현 9단의 인생이 사실 우리나라 최초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또 다른 많은 기록을 가진 국수가 자기가 집에서 가르치고 키운 제자에게 진다. 패배한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 계단 씩 계단을 밟으며 다시 정상으로 가기까지의 기분이 영화에서는 한 줄 대사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상상하기 힘든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조훈현의 라이벌 남기철을 연기하며 "이병헌 배우의 화려한 타이틀 방어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명언이 많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연기를 하며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을 목격했다. 저는 그림자 같은 역할로 청자, 화자로서 화려한 사제 대결을 진정성 있게 목격하고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조훈현, 이창호 두 국수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제가 딱 있더라. 그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담백함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담백함이 정말 어렵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을 맡은 문정희는 "저는 영화를 미리 봤는데 굉장히 힐링이 되더라. 따뜻한 영화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자극적이지 않은데 자극적인 영화라 신선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당차면서도 남편인 조훈현과 일심동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또 창호와 함께하며 변하는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실제 연기하면서 그런 상황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고민하는 부분들을 연기에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승부'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형주 감독. 25. 03.07.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바둑판의 희로애락에 정통한 프로 기사이자 바둑 기자 천승필 역을 맡은 고창석은 "영화계뿐 아니라 모두가 많이 어려운 시기이다. 이런 시기를 이겨내는데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승필은 바둑을 사랑하고 프로를 사랑하고 또 사람을 사랑하는 역이다. 주인공들보다 기쁨, 슬픔을 더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둑을 못 두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바둑에 대해 관심을 둘 수 있게끔 바둑이 저렇게 재밌고 치열했나에 대한 좋은 시선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전설적인 사제 관계를 지켜보며 함께한 프로 기사 이용각역을 맡은 현봉식은 "영화관에서 설레는 감정이 오랜만이다. 이런 감정을 관객과 감정을 나누고 싶다. 시나리오를 받고 내가 이런 큰 역을 맡아도 되나 싶었지만 모두의 연기에 해가 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형주 감독은 "저도 바둑을 모르는 입장"이라며 "모르고 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생길 수 있을까"라고 감탄하며 조훈현 9단을 실제로 만난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올인' 주인공과 어릴 때부터 절친한 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훈현 9단님이 '진짜 친한 친구이고 어릴 때부터 바둑을 두던 사이'라고 말하셨다. '올인'도 승부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안에서의 엄청난 승부들과 도전하는 마음, 여러 가지 것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갬블러가 가지는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올인'은 2003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고창석. 25. 03.07.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이병헌은 자연스러운 바둑 연기에 대해 "바둑을 어떻게 두는지가 급선무는 아니었다. 바둑을 두는 사람의 몸짓, 행동, 마음가짐이나 느낌 같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포인트들을 캐내고 발견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기본적으로 바둑을 놓고 거둬가고 빽빽한 돌들 안에 거침없이 돌을 놓는 건 연습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출연이 결정된 뒤 집에 바둑을 놓고 아들과 연습에 매진했다며 "바둑은 아니고 오목을 두긴 했지만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 "제자에게 지는 소인배 같은 쪼잔한 연기는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소인배 같은 모습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 바둑에서는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후배 연기자를 빗대서는 "상대가 연기를 잘해야 저 또한 빛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후배가 생긴다면 오히려 영화의 질이나 저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부'는 앞서 주연인 유아인의 마약 투약 논란을 겪으며 개봉이 미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형주 감독은 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주연 배우로서 무책임할 수도 있고 실망스러울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른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면 지옥 같은 터널에 갇혀있는 느낌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어 막막했는데 출구 쪽에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감격스럽다. 스태프들도 개봉을 많이 기다렸는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과 판단은 대중의 몫인 것 같다.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상처를 많이 받게 됐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를 발라 주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유아인과의 연기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유아인 씨와 처음 호흡하는 작품이었다. 제 생각보다 과묵한 후배였다. 신에 대해 많이 대화를 하고 회식도 많이 한 상황은 아니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상황을 많이 가지지는 못했는데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고 함께 리허설을 하면서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저 또한 신에 빠져드는데 용이했던 기억이다"고 말했다.
김형주 감독은 영화에 대해 "시놉 단계부터 여러 라인으로 작업을 했다. 조훈현, 이창호 두 사람은 서로를 논하지 않고는 제대로 설명을 하기 힘들더라. 대본, 촬영, 편집까지도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야기의 무게 추는 조훈현이지만 두 사람의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승패에 때라 마음이 달라지는 그런 감정들을 불러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정희는 영화에 대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게 하는 건 영화 속 두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는 데서 오는 짜릿함인 것 같다.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제가 가족 영화, 성장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분들이 보셔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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