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연구진 국내 최초로 'CEC' 개발
이산화탄소 녹여낸 나노버블수에
시멘트 섞어 고강도 콘크리트 제작
"탄소 발생량 年 50만t 감축 효과"
글로벌 건설산업 친환경 '가속화'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무게의 절반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콘크리트와 기타 건축 자재에 사용되는 모래를 대체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다. 노스웨스턴대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박정준 박사팀이 이산화탄소를 먹는 콘크리트(CEC)에서 이산화탄소가 흡수된 것을 알아보기 위해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뿌린 결과로, 보라색을 띄지 않은 부분이 이산화탄소가 흡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국내외 과학자들이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콘크리트를 환골탈태 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미국의 연구진은 바닷물과 전기, 이산화탄소로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골재를 개발했으며, 한국 연구진은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간 배합수를 개발해 콘크리트를 만들었다. 세계 경제 포럼에 따르면,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하며, 이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탄소 배출원이다. 콘크리트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합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난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가둬놓을 수 있어 건설분야의 탄소중립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산호에서 영감을 얻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은 바닷물과 전기,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건축 자재를 개발했다고 19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서스테이너블 시스템즈(Advanced Sustainable Systems)'에 발표했다. 이 건축 자재는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만들 때 모래와 자갈 대신 사용함으로써 자재 1t당 이산화탄소를 0.5t 이상 가둬 놓을 수 있다. 이 자재는 모래와 자갈을 대체해 환경파괴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소 생산까지 가능해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산호는 대사 에너지를 이용해 용해된 이온을 탄산칼슘으로 바꾸면서 골격을 만든다. 연구진은 산호에서 힌트를 얻었다. 산호의 대사 에너지 대신 전기를 활용해 바닷물에서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반응시켜 탄산칼슘과 수산화 마그네슘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든 건축자재는 콘크리트의 모래나 자갈을 대체할 수 있다. 모래나 자갈은 건축 자재의 60~70%를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 시멘트, 석고 및 페인트 제조에 사용될 수 있으며, 모두 건축 환경에서 필수적인 마감재다.
노스웨스턴대 로타 로리아 교수는 "만약 콘크리트나 시멘트 공장이 해안에 위치한다면, 바다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청정 전기를 통해 변환하는 전용 반응기에 공급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러한 물질들은 진정한 탄소 저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섞인 물로 콘크리트 제작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박정준 박사팀은 '이산화탄소를 먹는 콘크리트(CEC)'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저장할 뿐만아니라 일반적인 콘크리트보다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간 나노버블수와 시멘트로 만든 것으로, 콘크리트 1㎥당 이산화탄소를 1~1.8㎏까지 저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는 이산화탄소 직접 주입 기술 분야의 세계 선도 기업인 캐나다 '카본큐어'의 방식으로 저장한 양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나노버블을 사용해 일반 대기압 조건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고농도로 저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나노버블수는 다량의 나노버블이 존재하는 물에 이산화탄소가 고농도로 녹아들어 있다.
연구진은 추가로 최적의 온습도 조건과 배합기술을 콘크리트에 적용하고 이산화탄소 반응성이 높은 산업 부산물을 사용해 시멘트 사용량까지 절약했다. 이 기술은 기존 증기 양생 기술에 비해 콘크리트 생산에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양생 기법을 적용해 기존 대비 동등 이상의 압축 강도를 가진다. 또한, 높은 이산화탄소 저장 효율을 갖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국내 레미콘 시장에서 연간 5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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