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욱 지회장 단식농성 돌입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카카오의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콘텐츠 CIC 분사·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집회를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1200명 규모였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 500명만 남았습니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크루유니언)의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19일 카카오의 포털 '다음' 분사 계획을 전면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선례를 들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12월 카카오의 AI랩이 분사해 만든 기업이다. 분사 당시에는 500명 정도 규모였으나 AI 기술 개발 및 B2B 서비스 확장을 추진하면서 기업 규모를 꾸준히 키워 2023년 1200명 규모까지 늘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와 투자유치 실패 등 경영난을 겪으면서 2023년 7월 구조조정에 돌입, 현재는 500명까지 줄어들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회사 사정은 악화일로였으나 경영진들의 행보는 달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소속 오치문 조합원은 "(분사 당시) 3년 내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초대 대표의 약속과는 반대로 회사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마침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까지 실행했다. 그런데 상황이 어려워지니 리더와 직원들의 리스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분사에 힘을 쓰던 리더는 지금 카카오에서 높은 리더 자리에 있다. 몇몇 다른 리더들은 다시 전 직장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전략상 분사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카카오의 분사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형태"라며 "회사가 책임감 있고 신중한 분사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카카오가 포털 '다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인 콘텐츠 CIC 분사 계획을 처음 내부에 공개한 것은 지난 13일이다. 지난 2014년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하고, 지난 2023년 CIC로 분리한 지 2년 만이다. 카카오는 "콘텐츠 CIC의 재도약을 위해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진이 콘텐츠 CIC의 분사 계획을 일방적으로 밝힌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콘텐츠 CIC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똑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당시 클라우드 사업에 적극적으로 재정·인력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해 구조조정까지 이르렀지만, 다음은 이미 검색 점유율이 2~3%까지 떨어져 있는 터라 더욱 상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카오 경영진 측이 분사 이후 지분매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분사가 사실상 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콘텐츠 CIC가 분사·매각된다면 직접 소속된 직원 300명과 연관 사업을 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검색CIC, 케이앤웍스, 디케이테크인, 링키지랩 등 800명 상당의 직원들도 고용불안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해 카카오커머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분사했다. 지난해만 카카오 계열사 중 5곳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등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밖에도 카카오게임즈의 골프사업 부문 카카오VX를 연내 매각하는 등 추가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VX는 최근 2년 동안 200명 넘게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최근에도 추가 권고사직과 전 직원 연봉동결을 통보했다.
카카오 노조는 공동체 임금단체협약협상과 연계해 콘텐츠 CIC 분사계획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계열사 9곳의 임단협이 진행 중이다. 내부 이동제도 시스템화 등 고용안전장치도 주문했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판교 카카오아지트 앞에서 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분사 철회 집회를 가졌다. 서 지회장은 소형 텐트를 치고 단식 농성도 시작하기로 했다.
서 지회장은 입장문에서 "지난해 포털업계 보수 1위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이사로 30억원이 넘고, 적자폭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조계현 전 대표는 작년 상반기에만 22억원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쇄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분사·매각 결정은 이를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 이전까지 임단협에 진전이 없을 시 일괄 결렬을 선언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 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다. 분사 법인으로의 이동에 대한 선택권은 각 구성원에게 있다. 개별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크루유니언을 포함한 임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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