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관계부처 합동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 
사업부처 적발률 5%인데 합동점검시 42%로
“기관장·직원 개입 부정수급 사례 많아”

13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를 주재중인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이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사례가 630건 적발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친인척 회사에 보조금이 들어간 일감을 몰아주는 등 적발 업체들이 가로챈 금액은 500억원에 육박했다.

19일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제8차 관계부처 합동 집행점검 추잔단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선 지난해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 ‘e나라도움’의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를 활용한 점검 결과가 발표됐다.

탐지시스템은 보조사업자의 정보를 수집해 가족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패턴을 통해 보조금 지원사업중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점검은 시스템을 통해 2023년 7웗부터 작년 6월간 집행된 보조사업중 의심되는 8079건을 추출해 이뤄졌다.

점검 결과 부정수급이 발견된 사업은 총 630건, 수급액은 493억원으로 나타났다. 적발 건수는 2023년(493건)보다 1.3배 많아 역대 최다였다. 기재부와 사업 담당 정부부처, 재정정보원, 회계법인이 함계 현장을 점검하는 ‘합동현장점검’을 통해선 249건, 453억원이 적발됐다. 전년 169건, 324건 대비 크게 뛴 것이다.

주목할 점은 사업 담당 부처의 자체점검의 적발률(적발건수/점검대상)은 5%에 불과했지만, 기재부 등 외부기관이 참여한 합동현장검검의 적발률은 42%였다는 점이다. 임영진 기재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관리단장은 “기관장이나 기관직원이 연루된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적에 기재부 등은 지난해 12월 적발률이 현저히 낮은 공공기관의 60개 사업 대상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해 56건(153억원)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임 단장은 “적발 사례를 보면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악의적이고 조직적이라고 한다면 부처에서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환수될 때까지 점검을 한다”며 “쟁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규모가 굉장히 큰 것들도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현장점검에서 적발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지난해 적발 실적의 주요 특징은가족 간 거래, 유령회사 설립, 허위계약 등으로 보조금을 가로챈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한 사업자는 친척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와 5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해 총 39억1000만원을 몰아줬다. 계약 체결 후 2개월 뒤엔 요식행위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긴급 입찰 공고를 내 단속을 피하려 한 정황도 있었다. 또 사업자가 소유한 장비에 새 라벨을 붙여 새로 구매한 것처럼 보조금을 타낸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부정(392억원)과 가족간 거래(38억8000만원)는 전체 적발금액이 87.4%에 달했다.

보조사업과 관계없이 보조금을 유용한 경우도 많았다. 산업용 시제품 제작 지원금을 받고 부동산 관련 전문가 자문비를 지급하거나, 외국인이 대표로 있는 한 사업체는 급하게 내부 출장 규정을 만들어 대표의 출장비를 1급 공무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책정해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또 연구개발(R&D) 사업에서 인건비 중복·허위 지급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일부 사업자는 자기 연봉의 380%까지 인건비를 중복 지급해 규정(연봉의 130%)를 초과한 경우 등이다. 한 사업자는 근무하지 않은 아들과 딸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저녁 행사에 쓸 술을 보조금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부정수급 점검 대상을 역대 최대인 1만건으로 확대하고, 합동현장점검도 500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1차 점검을 바탕으로 추가 점검하는 특별현장점검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임 단장은 “국고보조금은 ‘눈 먼 돈’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정부는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부정 수급을 끝까지 추적하고 환수할 것”이라며 “정기적인 점검과 강력한 처벌을 통해 보조금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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