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설공주'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작 단계부터 원작 훼손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가 베일을 벗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백설공주'는 순수하고 착한 백설공주가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악한 여왕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당초 주연 배우의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며 기대보다 우려를 안았던 것이 사실이다. 원작 속 백설공주가 '흑단같이 검은 머리에 눈처럼 하얀 피부'로 묘사됐으나 실사화 영화는 구릿빛 피부를 지닌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캐스팅됐기 때문.
일각에서는 디즈니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과 '블랙워싱'(black washing: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무조건 유색인종을 등장시키는 추세)으로 인해 '백설공주'가 '흑설공주'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러나 공개된 '백설공주'는 미스 캐스팅 우려를 잠재울 정도로 빼어난 가창력과 능숙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피부색 논란을 실력으로 정면 돌파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레이첼 지글러는 뛰어난 역량으로 캐릭터를 소화한다.
여왕 역할로 악역을 맡은 갤 가돗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탐욕과 권력에 취해 잔인하고 제멋대로인 여왕 역할을 그는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갤 가돗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영화 자체에서는 커다란 매력이나 울림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백설공주가 잊어버린 자신의 본모습, 즉 상실된 자아를 찾아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그려진다.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백설공주가 펼치는 여정 속 모든 위기와 갈등은 지나칠 정도로 손쉽게 해결된다. 원작 동화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그저 모든 사건이 동화적으로 쉽게 빠르게 처리되는 탓에 이야기는 소구력을 잃고 메시지는 관객의 마음에 와닿지 못한다.
또한 극 중 얼마 되지 않는 추격전이나 전투신은 거대한 스크린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스케일로 이루어져 있어 긴박감과 박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이 가운데 조연 배우들은 허술한 연기를 펼치고, 카메라가 이들을 담아내는 질감 역시 엉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설퍼 극으로의 몰입이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백설공주'는 동화를 스크린에 옮길 때 가질 수 있는 강점과 이점, 매력을 하나도 살려내지 못한 느낌을 준다.
특히 앞서 전 세계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영화 '알라딘'이나 '미녀와 야수', '위키드' 등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백설공주'는 이들 작품과 비교해 시네마만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시키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아쉬움만을 남긴다.
영화 '백설공주'. 마크 웹 감독 연출. 배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출연. 러닝타임 109분. 전체 관람가. 2025년 3월 19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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